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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보도

[여성경제신문-미래야,어서와!] ① 공존이 가능해?

작성일 : 2020-09-22 작성자 : 국회미래연구원

	



[미래야, 어서와!] ① 공존이 가능해?








. 박성원 국회미래연구원 혁신성장그룹장, 미래학 박사



코로나19 이후의 미래사회를 전망하면서 가장 중요한 키워드로 부각되는 것이 공존이다.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인류가 야생동물과 약속한 공존의 원칙을 깨서 발생한 것이다. 이 바이러스는 박쥐와 천산갑을 거쳐 인류에게 전파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어떤 과정을 거쳐 전파됐는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그러나 논리적으로 추측해보면 인류가 이들의 서식지를 파괴하자 인류가 거주하는 곳으로 쫓겨 들어오고, 인류와 접촉이 빈번해지면서 바이러스를 옮긴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런 사례가 특이한 것은 아니다. 2008년에 나온 한 연구논문을 보면 1940년부터 2004년까지 전 세계에 보고된 감염병 335건 중 60.3%가 동물에서 유래한 인수공통감염병이었다. 이 중에서 71.8%는 야생동물에서 유래했다. 도시화의 확대로 야생동물의 서식지가 사라지고, 이곳에 살던 야생동물이 인간의 세계로 들어와 바이러스가 퍼진 것이다.


최근 나는 미래사회를 전망하는 다양한 논의에 참여했다. 그때마다 참석자들이 공존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과거에 ‘국민의 정부’, ‘참여 정부’가 있었듯 앞으로는 ‘공존의 정부’가 나와야 한다거나 세계적인 행사의 주제어를 공존으로 정하자는 등의 논의였다. 다른 인종과 문화 간의 공존, 인간과 자연의 공존을 넘어서 이제는 인간과 비인간(인공지능)의 공존이 필요하다는 얘기도 나온다.


그럴 때마다 나도 공존의 가치에 대해 고개를 끄덕이고 그게 미래에 더욱 필요하다는 데 동의했다. 그러나 다시 생각해보면 나는 이제껏 공존의 방법을 배워본 적이 없다. 고백하자면, 나의 행동 원칙은 치열한 경쟁을 통한 생존이었다. ‘어떻게 하면 남 보다 특출날까’를 끊임없이 고민하고 그 방법을 찾아다녔다. 그래야 우리 사회는 나를 칭찬하고 보상하기 때문이다. 이런 피드백 시스템에서 나는 남과의 공존을 생각할 기회도, 필요도 없었다.


코로나19는 우리의 공존 역량을 시험하고 있다. 방역의 이유로 학교에 가지 못하는 아이들 때문에 부모는 재택근무를 신청하고 아이들을 돌봐야 한다. 지난해 이맘때 같으면 아이들은 학교에, 부모는 각자 일터나 집에 있으면서 시간을 보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어쩔 수 없이 집에서 같이 지내야 한다. 아이들은 갑갑한 나머지 게임에 손대지만, 부모는 이 모습이 못마땅하다. 그래서 한 소리 하면 아이들은 짜증을 내거나 화를 낸다. 각자의 영역을 침범해서 벌어진 일이다. 이처럼 집에서 부정적인 경험을 했던 아이들은 어른이 되어 결혼해서 가족을 이루는 데 주저하지 않을까.


아파트의 윗집과 아랫집은 어떤가. 집에서 생활하는 시간이 많다 보니 층간소음이 증가하고, 이 때문에 다툼도 많아진다. 코로나19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집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야 한다는 사실을 서로 이해는 할 것이다. 그러나 계속 참기는 힘들다. 참다못해 주먹다짐도 한다. 이웃 간의 공존도 시험대에 오른다.


사회적 거리두기, 집합적 모임의 금지나 제한 등으로 매출이 급감하면서 많은 소상공인은 파산상태다. 재난소득이 한 차례 주어졌지만 최근 사회적 거리두기의 강화로 이 약발은 소멸됐다. 2차 재난소득금을 준다고 하지만 언제까지 받을 수 있을지 모르는 상황에서는 불안하기만 하다.


반면, 비접촉 커뮤니케이션의 확대로 관련 기술을 제공하는 기업들은 주가도 오르고 매출도 는다. 최근 몇 년 사이 서울의 아파트 값은 배가 올랐다. 이제 막 사회생활을 시작한 직장인, 막 결혼한 신혼부부는 서울에 집 사는 것을 포기한다. 누구는 낙담·한숨과 파산상태를, 누구는 돈 잔치를 벌인다. 이런 상황에서 공존은 가능한가.


공존이 불가능해 보여도 서로의 영역을 인정하고 침범하지 않는다면 최소한의 공존은 가능할 것 같다. 러시아 시베리아의 타이가 숲은 인간과 호랑이가 공존하는 곳으로 유명한데, 비결은 서로의 영역을 존중하는 것이다. 이곳의 거주민은 호랑이가 다니는 곳에서는 사냥하지 않는다. 가끔 호랑이와 눈이 마주쳤다는 목격담이 있는데, 서로 조용히 각자의 길을 간다.


각자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아야 공존할 수 있다는 말이 차별을 인정하는 말처럼 들려서는 안 된다. 서울과 지방, 강남과 강북, 고급아파트와 임대아파트, 일류대학과 이류대학이 나뉘는 지금의 상황이 더 악화되어서는 안 된다. 대신, 동물을 더 사냥할 수 있지만 그렇게 하지 않는 지혜, 지역을 더 개발할 수 있지만 보존하는 지혜, 물건을 더 사고 싶지만 참는 지혜, 이익을 더 볼 수 있지만 양보하는 지혜가 발휘되어야 공존이 가능할 것 같다. 사실, 말은 이렇게 하지만 나는 여전히 자신이 없다.


미래야, 조금만 더 기다려줘. 새로운 시대에 적응할 때까지…




박성원 국회미래연구원 혁신성장그룹장, 미래학 박사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로 재직 중 미래에 꽂혀 미국 하와이대 정치학과로 유학, 2012년 미래연구로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과학기술정책연구원 미래연구센터 연구위원과 카이스트 미래전략대원 겸직 교수를 지내다 2018년부터 국회미래연구원에서 중장기 미래예측 및 전략개발 임무를 맡았다. 2019년 ‘미래공부’라는 책을 내고 시민들과 다양한 미래얘기를 나누는 즐거움에 푹 빠져 지내고 있다.


원문 : http://www.womaneconomy.kr/news/articleView.html?idxno=9418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