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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보도

[국민일보] 21대 국회 ‘입법은 홍수’인데, 졸속법안도 넘쳐난다

작성일 : 2020-12-28 작성자 : 국회미래연구원

	

 


21대 국회 ‘입법은 홍수’인데, 졸속법안도 넘쳐난다






21대 국회가 개원한 지 5개월 만에 6014건의 법안을 발의했다. 개원 후 첫 회기부터 올해 정기국회까지 결과다. 21대 국회는 과거 국회에 비해 역대 가장 많은 법안을 쏟아냈다. 하지만 법안 심사 시간이 줄어들면서 부실 심사가 이어지고 의원들의 입법 실적 경쟁이 과열되면서 국민의 삶에 필요한 법안보다 숫자채우기용, 생색내기용 입법에만 치중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과열된 입법 경쟁…21대 국회 ‘입법 쓰나미’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21대 국회는 개원 후 첫 회기부터 지난 정기국회(379~382회) 기간 법안 6014건을 발의해 1310건을 통과시켜 21.7%의 반영률을 기록했다. 20대 국회는 같은 기간(343~347회) 4023건을 발의해 671건을 통과시켰고, 19대 국회에선 발의된 2842건 중 254건을 통과시켰다. 미국 영국 독일 등 선진국의 법안 통과율이 약 5%임을 고려하면 많은 법안을 통과시키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실상을 보면 상황은 다르다. 국회미래연구원이 발간한 ‘더 많은 입법이 우리 국회의 미래가 될 수 있을까’ 보고서는 국회의 과잉입법 상황이 더욱 심각해질 것이라고 예측한다. 우선 입법경쟁이 과열되고 있다. 국회 개원 첫 한 달간 접수된 법안 수를 보면, 18대 국회 82건, 19대 국회 327건, 20대 국회 522건으로 계속 늘고 있다. 21대 국회는 1175건으로, 20대 국회보다 두 배나 많다.


법안 발의 최소 요건인 10명의 동의를 얻기 위해 법안을 회람하고 동의를 받아 공동발의자를 결정하는 기간까지 고려하면, 21대 국회 한 달 만에 1만 건 이상의 공동발의 결정이 이뤄진 셈이다. 의원들이 카카오톡이나 텔레그램 단톡방을 활용하면서 몇 분 만에 초스피드로 법안 공동발의가 이뤄지는 경우도 늘고 있다.


문제는 의원들이 법안 통과 숫자에만 매달린 나머지 법안의 질적인 내용과 심사 과정엔 소홀하다는 점이다. 20대 국회는 총 2만4141건을 발의해 의원 1인당 검토해야 할 법안 건수가 80.5건이었다. 이는 미국의 2배, 프랑스의 23배, 영국의 91배, 독일의 67배, 일본의 62배나 된다. 현재 법안 발의 수를 추세로 21대 국회에서 약 4만 건의 법안이 발의될 것을 예상해보면 상황은 더욱 악화할 것으로 보인다.



부실 심사…20대 국회선 법안 평균 심사시간 ‘13분’


무엇보다 법안 심사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국회 상임위원회 차원의 심사가 제대로 이뤄질 수 없는 구조라는 뜻이다. 법안심사소위에 상정된 법안 수를 기준으로 소위에서 법안 1건당 들인 평균 심사 시간을 계산해 보면 17대 국회 23분, 18대 국회 19분, 19대 국회 18분, 20대 국회는 13분으로 줄어들었다.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접수된 모든 법안을 심사한다고 가정하면 법안 한 건당 심사에 들어가는 시간은 20대 국회 기준 6.6분에 불과하다. 법안이 쏟아지는 탓에 법안 심사 소위를 늘린다 해도 충분한 심사와 협의의 시간을 가질 수 없는 셈이다.


부실한 법안 심사과정은 철회 법안도 증가시켰다. 철회된 법안의 다수는 의원 발의 법안이다. 19대 국회에선 172건, 20대 국회는 215건을 기록했고 21대 국회는 벌써 56건의 법안이 철회됐다.


박상훈 국회미래연구원 거버넌스그룹장은 21일 “법안의 질적 수준을 높이는 노력이 절실한 상황”이라며 “법안 발의 건수에 집착하기보다 철회 법안을 내지 않는 것이 입법 활동의 평가 기준으로 더 중시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회의 인력난도 문제로 꼽힌다. 국회입법조사처는 국회의원이 요구하는 입법 및 정책에 관한 사항을 전문적인 방식으로 조사・분석해 답변하는 ‘입법조사 회답’을 수행하고 있다. 한 해 평균 6000건의 회답이 조사처에 들어오지만 입법조사처 인력은 126명에 불과하다.


‘우리 편’ 법안만 발의하는 법안의 확증편향성이 강화된다는 점도 부정적이다. 최근 당론 발의가 많아지면서 공동발의 제도 자체가 유명무실화되고 있다. 13대 국회에서 평균 공동발의 인원이 73.2명이었던 데 반해 20대 국회에서는 12.5명으로 숫자가 줄었다. 여야가 공감대를 이뤄 발의하는 초당적 입법이 아니라 각자 소속 정당의 이익에 들어맞는 법안만 발의한다는 것이다.


민주당의 한 의원은 “공동발의 제도는 사실상 품앗이로 전락했다”며 “민주당의 경우 텔레그램을 이용해 자신이 낸 법안에 동의해 달라고 하면 의원들이 취지만 보고 동의를 해준다”고 쓴소리했다. 이어 “조항 하나하나 다 따져보고 점검해야 할 법안을 이런 식으로 하니 너도나도 법안을 양산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전문가들 “법안을 많이 발의하게 하는 구조부터 고쳐야”


전문가들은 지금과 같은 과다 입법을 막기 위해서는 법안을 많이 발의하게 하는 평가 구조부터 고쳐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상훈 거버넌스그룹장은 “법안이 지금처럼 많으면 천상의 입법자를 데려와도 제대로 된 심사를 할 수가 없다”며 “법안 발의, 통과 건수로 의원을 평가하는 정당과 언론의 평가방식을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 상임위원장은 “초선 의원들이 법안을 많이 발의하는 이유는 공천 평가와도 연결되기 때문”이라며 “사회적 갈등이 야기되는 사안을 조정해서 타협안을 만들어내는 게 더 중요한 법안인데 현실에선 자구수정 법안이 넘쳐나고 있어 심각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보좌관들 사이에서도 입법 과정이야말로 의회 정치의 핵심인데, 정작 정치 본연의 역할은 사라지고 입법 숫자를 둘러싼 무한 경쟁만 남았다는 한탄이 나온다.


국회가 여대야소로 기울어진 탓이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김성수 한양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여대야소의 상황에서 법안이 합의 처리가 되지 않는 게 가장 큰 문제”라며 “여당의 입법독주를 비판하는 여론을 형성하는 것도 야당의 능력인데 그것조차 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박재현 기자 jhyun@kmib.co.kr
원본 : http://news.kmib.co.kr/article/view.asp?arcid=0015343565&code=61111111&cp=n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