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우리 시대가 요구하는 제1과제는?
글. 김현곤 국회미래연구원장
역사는 은근히 쓸모가 많다. 과거를 공부하다보면 미래를 준비하는데 도움을 받을 때가 많다. 미래전략을 만들 때도 역사는 유용하다.
우리 역사를 되돌아보면, 시대에 따라 그 시대가 가장 크게 요구하는 사회적 과제가 있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예를 들어, 19세기 후반 개항기의 시대과제는 신분해방과 개방이었고, 20세기초 일제 강점기에는 나라해방과 독립이었다.
1945년 해방 이후부터 1980년대에 이르는 경제발전기의 시대과제는 가난해방과 산업화였고, 20세기 후반부터 21세기 초반까지는 경제발전을 넘어 사회발전을 위한 세계화, 민주화, 정보화였다.
그렇다면 지금 이 시대가 요구하는 제1과제는 무엇일까? 우리 사회가 워낙 복잡해지고 다양해진 만큼 한 가지를 콕 집어 고르기는 쉽지 않다.
이 시대가 요구하는 제1과제의 후보로는 아마도 일자리, 교육, 고령화, 불평등, 양극화, 사회안전망, 기후위기, 국민통합, 신뢰회복 같은 키워드들을 꼽을 수 있을듯 싶다.
2020년대 대한민국의 가장 중요한 시대과제이면서, 다른 수많은 시대과제 해결에도 가장 크게 기여하게 될 것은 무엇일까?
이 질문에 제대로 답하기 위해서는 먼저 시대과제의 본질은 무엇인지부터 다시한번 살펴볼 필요가 있다. 시대과제란 한 마디로 그 시대 구성원들 모두가 공감하며 함께 염원하는 꿈과 희망이다. 가장 해결하고 싶은 그 시대의 최대 숙제이자 가장 이루고 싶은 그 시대의 미래모습이다.
지난 수십년간에 걸친 우리나라의 시대 흐름을 간략히 요약해보자. 어쩌면 우리의 역사 안에 자연스럽게 숨어있는 시대흐름 속에서 그 답을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대한민국은 이제 경제발전단계와 사회발전단계를 넘어 '개인 발전단계'로 진입하고 있다. 국가와 정부가 주도해서 경제와 사회를 발전시키던 단계를 넘어, 사회구성원 개개인이 주도해서 경제와 사회를 발전시키는 데 기여하는 비중이 점점 더 커지고 있고 앞으로 더욱더 그렇게 되어야 한다.
그렇다면 사회구성원 개인개인의 꿈과 끼, 잠재력과 희망을 응원하고 키워주는 사회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시대과제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현상보다는 근본을 살피는 것이 더 중요하다. 불평등, 양극화, 고령화와 같은 사회적 현상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게 해주는 본질적인 대안이 시대과제가 될 필요가 있다.
‘큰 것을 잃어버렸을 때는/작은 진실부터 살려 가십시오. 큰 강물이 말라갈 때는/작은 물길부터 살펴 주십시오. 꽃과 열매를 보려거든/먼저 흙과 뿌리를 보살펴 주십시오.’
시 <길 잃은 날의 지혜>에서 박노해 시인은 이렇게 말하고 있다. 시대과제를 생각하면서 무척 공감이 가는 구절이다.
일자리, 고령화와 불평등 해소, 국민통합 같은 꽃과 열매를 위해서는, 흙과 뿌리에 해당하는 국민 개개인을 더 소중히 여기고 잠재력을 키우는 데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그러면 결과적으로 그 개개인은 자기 인생뿐 아니라 우리 사회도 행복하게 성장시킬 것이다.
바람직한 국가 미래전략은 궁극적으로 국민을 위한 미래전략이어야 한다. 아울러 국민을 위한 미래전략은 사회구성원 모두, 국민 개개인 모두를 위한 미래전략이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국민 한사람 한사람이 가치있고 의미있는 삶을 살도록 지속적으로 지원하고 응원하는 새로운 사회시스템 구현이 향후의 최우선 시대과제가 되길 제안한다.
학생, 청년, 자영업자, 고령자, 소외계층 구성원들을 모두 포함해 국민 개개인의 성장과 발전을 적극 지원하는 사회시스템과 사회인프라를 사회전반에 걸쳐 구축하는 것을 시대과제로 합의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대한민국의 남녀노소 모든 개개인의 꿈과 끼를 찾아주고 국민 모두가 저마다 다른 개인 역량을 마음껏 발휘하는 사회를 만들어나가자.
자율과 자유, 자조(自助)를 통해 개인의 잠재력과 희망이 활짝 꽃피는 사회를 가꾸어나가자.
이렇게 개인발전 지원에 집중하면 결과적으로 도미노효과를 일으켜 대한민국의 경제발전, 사회발전으로 연결되는 선순환 작용을 하게 될 것으로 믿는다.
사회구성원 개개인의 발전을 지원한다는 가장 중요한 한 가지에 집중하자. 이것이야말로 일자리, 불평등, 사회통합, 교육과 같은 수많은 다른 사회문제들을 해결하는 가장 결정적인 열쇠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원문 : http://www.mediasr.co.kr/news/articleView.html?idxno=665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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