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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SR-전문가 칼럼] '국가 미래 설계'가 국회의 미래다

작성일 : 2021-04-27 작성자 : 국회미래연구원

	


 '국가 미래 설계'가 국회의 미래다



글. 김현곤 국회미래연구원장


21대 국회가 출범한지도 어언 1년이 다 되어간다. 20대 대통령을 선출하는 차기 대선도 불과 10여개월 앞으로 다가왔다.


올해 하반기부터는 아마도 더 나은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한 다양한 정책 아이디어들이 봇물터지듯 분출할 공산이 높아 보인다. 미래를 위해서는 반갑고 환영할만한 일이 아닐 수 없다.


필자도 국회가 설립한 국가미래 연구기관인 국회미래연구원에서 근무한지 벌써 1년이 다 되어간다. 국회가 운영되는 여러 모습을 눈 앞에서 보고 느끼면서 대한민국의 미래를 모색하는 기회를 갖게 된 것은 그야말로 행운이고 감사할 일이다.


특히 올해는 국회의장 직속의 국가중장기아젠더위원회가 주도하는 국가 미래비전 보고서 작업을 직원들과 함께 지원하면서 의미있는 시간을 보내고 있다.


대한민국 헌법 제3장에 따르면 국회는 입법권과 함께 국가예산안 심의‧확정권 및 국정감사권 등을 갖고 있다. 국가운영을 위한 국회의 역할이 얼마나 막중한지 피부로 느낄 수 있을 정도다.


하지만 국회가 이 역할만 잘 하면 국민의 대표기관으로서 소임을 다한다고 할 수 있을까? 시대 변화에 부응하는 국회의 새로운 역할은 없을까?


이런 고민을 하던 중에, 2006년 유럽연합 정상회의 때 유럽정상들에게 소개된 '핀란드 경쟁력 100'이라는 저서에서 가까스로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었다.


이 책이 제시하는 해법은 간명하면서도 울림이 있다. 거의 모든 국가에서 의회의 권한은 크게 입법권과 예산권을 중심으로 구성돼 있다. 다만 핀란드 의회는 독특한 권한을 하나 더 갖고 있다. '국가비전 제시 권한'이 바로 그것이다.


핀란드에서는 1980년대부터 의회가 주도해 미래를 대비하는 논의와 종합적인 미래정책을 만들자는 제안이 지속적으로 제기돼왔다.


하지만 수년간 구체적인 성과는 없었다. 하지만 1990년대 초에 핀란드 헌법위원회가 ‘의회와 행정부 간에 국가의 장기적인 문제와 대안에 관해 토의하고 미래정책을 수립하는 것은 국가를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는 권고안을 발표하면서 논의의 물꼬를 트는 계기가 마련된다. 헌법위원회는 1992년 들어 "정부가 ‘미래의 발전방향’에 관한 보고서를 의회에 제출해야 한다"는 결의안을 채택하며 제도화를 강조하고 나섰다.


이러한 지속적인 논의와 노력 끝에 드디어 1993년 핀란드 의회 내에 미래위원회가 특별위원회의 하나로 발족하게 됐다. 2000년에는 미래위원회가 상임위원회로 격상되고 그 기능이 강화되면서 미래 연구의 원동력 역할을 해내고 있다.


이 기구가 이처럼 발전을 거듭한 데는 의원들의 끈질긴 노력이 결정타가 됐다고 한다. 요즘은 핀란드의 리더가 되려면 미래위원회를 반드시 거쳐야 한다는 분위기가 의회내에 자연스레 형성돼 있을 정도다.


현재 핀란드에서는 새 정부가 들어서면 2년 이내에 향후 15년에 걸친 사회발전 목표와 정책방향을 담은 미래보고서를 작성해 의회에 제출해야 한다. 의회의 미래위원회는 정부가 제출한 미래보고서를 검토하고 심의해 그에 대한 의회의 답변이자 '해법'을 내놓아야 한다.  


뿐만 아니라 미래위원회도 매 의회 임기 초기에 핀란드의 미래와 관련된 주요 사회이슈를 선정해 타 기관과의 협력을 통해 미래보고서를 작성, 발표하기도 한다.


요컨대 핀란드 의회는 입법권과 예산권 외에 핀란드의 미래설계권을 보유하고 있는 셈이다.


국가경영을 위해 국회는 너무도 중요한 존재다. 특히 변화와 불확실성이 점점 커지고 수없이 많은 사회적 난제가 산적해가는 요즘 같은 시기에는 새로운 패러다임 전환이 반드시 필요하다. 시대변화에 대응하면서 국민이 원하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의 역할이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


특히 입법권과 예산권을 뛰어 넘어 국가의 미래비전과 정책방향 설정을 주도하는 국회의 새로운 역할이 그 어느때 보다 절실한 시점이다.


국회가 현재 수행 중인 입법, 예산심의, 국정감사 모두 국가의 미래를 위한 활동인 것은 틀림없다.


하지만 예산심의와 국정감사는 기본적으로 1년 단위로 정부가 작성하는 업무계획과 예산계획에 대응한 것이다. 정부도 국회도 아니 그 누구도 국가의 중장기 미래비전과 목표를 제대로 설정하는 일에는 소홀한 것이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다.


아무리 길어도 정부 임기 5년이라는 시간에 국한된 비전과 목표 아래 정부와 국회의 활동이 이뤄지고 있는 셈이다.


이제부터라도 긴 안목으로 적어도 15년 이상에 걸쳐 정부 임기와 무관하게 지속추진할 수 있는 중장기 국가비전과 목표를 설정하고 공유하는 것이 중요하다.


인구는 비록 한국의 10분의 1밖에 되지 않지만, 국가경쟁력, 교육경쟁력, 국민행복수준 세계 1위인 핀란드에서 국가의 미래를 어떻게 준비하는지, 특히 의회의 미래관련 역할은 그야말로 우리가 반드시 배워야 한다.


21대 국회에서는 올해 말에 국가 미래비전 보고서가 발간될 예정이다. 5년 임기 정부를 넘어 국회가 주도해서 국가 중장기 미래를 설계해야 한다는 인식도 점점 확산되고 있다.


아무쪼록 국가미래를 설계하고 준비하는 국회의 새로운 역할이 21대 국회에서 조속한 시일 내에 정립되기를 소망한다.


예를 들어, 새로 정부가 출범하면 정부가 국가 중장기 미래전략을 작성해 국회에 제출하도록 하고, 국회는 그 전략을 심의해 정부와 함께 대한민국의 미래비전과 방향성을 정립해야 한다. 아울러 그렇게 설정된 중장기 미래비전과 방향성에 맞게 입법, 예산심의, 국정감사도 이루어져야 한다.


이것이 바로 국회의 새로운 역할, 국회의 새로운 미래가 되어야 한다. 국회의 미래와 국가의 미래를 위해 새롭게 나아가야 할 길은 이처럼 명확하다. 그래야만 국회가 국민의 공감과 신뢰를 얻으며 '국가의 미래를 이끌어가는 명실상부한 국민대표기관'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다.



원문 : 미디어SR(http://www.mediasr.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