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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코로나 이후 주목해야 할 ‘이머징 이슈’ 9가지

작성일 : 2021-08-02 작성자 : 국회미래연구원

	



[한겨레] 코로나 이후 주목해야 할 ‘이머징 이슈’ 9가지






1969년 미국 방위고등연구계획국(DARPA) 연구원 릭라이더(J.C.R. Licklider)는 동료들에게 컴퓨터를 연결한 네트워크 그림을 보여주고, 이 네트워크에 알파넷(ARPA Network)이란 이름을 붙였다. 당시 그가 고안한 알파넷은 20년 후 등장한 1990년대 인터넷의 기원이 됐다.


이렇게 훗날 사회적으로 큰 파급 효과를 일으킬 아이디어나 기술 등을 통칭해 ‘이머징 이슈’(emerging issue)라고 한다. 이머징 이슈들 가운데 어떤 것은 사람들의 외면 속에 점차 사라지고, 어떤 것은 ‘이머징 트렌드’로 발전해 사회 변화의 한 흐름을 형성한다.

국회미래연구원이 최근 발간한 ‘퓨처스 브리프’(Futures Brief)에서 미래 관련 국제 연구기관과 학술지 등의 자료를 토대로 코로나 팬데믹 이후 주거와 이동, 사회 안전, 혁신 기술, 환경 부문에서 주목해야 할 ‘이머징 이슈’ 9가지를 가려 뽑아 소개했다.



신조어가 된 ‘앤스로포즈’와 온라인 공간의 ‘소셜 버블’


이에 따르면 무엇보다 전 세계를 공포에 몰아 넣은 코로나 팬데믹의 영향으로, 주거와 이동 부문에서 다수의 이머징 이슈들이 등장한 것이 눈에 띈다.


우선 앤스로포즈(Anthropause, 인간멈춤) 현상이다. 앤스로포즈는 인류를 뜻하는 앤스로(Anthro)와 멈춤을 뜻하는 포즈(pause)를 합친 말이다. 인류가 멈췄다는 얘기다.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사람들의 이동과 활동이 멈춰버린 상황을 가리킨다. 영국 옥스퍼드 사전이 2020년 신조어로도 선정한 이 단어는 IT 전문지 ‘와이어드’(2020년 6월호)와 과학저널 ‘네이처 생태 및 진화’(2020년 9월호)에서도 주목을 했다.


인간이 이동을 멈추면서 우리는 하늘이 맑아지고 야생동물이 도시에 출현하는가 하면, 떠났던 어류가 하천에 돌아오는 모습을 목격했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인간의 행동 변화가 자연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확인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한 셈이다. 이번 연구를 이끈 박성원 혁신성장그룹장은 “지속적으로 움직이는 것이 생존에 유리했던 인류의 문화에서 갑작스러운 멈춤이 어떤 새로운 변화를 불러올지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사회적 동물인 인간은 안전을 위해 물리적 활동을 멈추는 대신 새로운 행동 방식을 개발했다. 바로 ‘소셜 버블’(Social bubbles)이다. 바이러스의 확산으로 정신적 스트레스나 불안감을 느끼는 사람들끼리 정서적 유대를 찾아 ‘버블’ 같은 방어막을 치고 모인다는 뜻이다. 온라인에 모여 퀴즈 놀이를 하거나 각자의 공간에서 누군가 틀어주는 음악을 들으며 춤을 추는 등 온라인 소셜 버블이 주류다. 놀이 차원을 떠나 가치관이나 이념, 이해관계를 같이하는 사람들이 사회적, 정치적 세력화를 꾀하는 수단으로도 활용된다. ‘소셜 버블’의 특징은 가치나 처지를 공유하는 사람들끼리의 모임이라는 배타성이다. ‘소셜 버블’ 이슈는 초분열 사회의 도래 가능성으로 이어진다. 미 국가정보위원회(NIC)는 ‘2040 글로벌 트렌드’ 보고서에서 ‘소셜 버블’에 의한 사회 집단간 갈등과 반목의 심화를 예상했다.



 ‘줌 타운’


온라인의 소셜 버블이 오프라인으로 확장되면 ‘줌 타운’(Zoom Towns)이 나타날 수 있다. 줌타운은 원래 줌(인터넷 화상회의 도구)을 이용해 재택근무하는 사람들이 평소에 살고 싶은 곳으로 이사해 사는 곳을 뜻한다. 코로나19로 이런 경향이 더욱 뚜렷해졌다. 줌타운을 주도하는 계층은 1980년대에 태어난 밀레니얼 세대들이다. 미국에선 이들이 교외로 옮겨가면서 뉴욕 맨해튼 인근 킹스턴(Kingston) 등 인기 지역의 주택 임대료가 상승하고 있다.


‘공간 컴퓨팅’(Spatial Computing)도 이머징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인간이 있는 모든 공간에 센서가 있고, 이 센서들이 만드는 정보를 모아서 처리하는 인공지능 컴퓨터가 이런 공간을 관리한다는 뜻이다. 한마디로 데이터를 이용한 관리 시스템이다. 패스트푸드점 네트워크의 실시간 소비자 행동 분석 시스템을 이용한 재고 조정, 상품 개발이 한 사례가 될 수 있다. 공간 컴퓨팅 기술을 구현하려는 엔지니어들은 인공지능이 인간의 개입 없이 독립적으로 센서 정보를 해석하도록 컴퓨터를 설계한다. 인간은 인공지능이 내놓는 조언과 충고, 제안에 기반해 결정하고 행동한다.


‘스프린터넷’(Splinternet) 움직임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인터넷은 연결을 뜻하지만, 스프린터넷은 세계와 연결이 분리된 인터넷을 가리킨다. 코로나는 국가의 역할을 강화하는 계기가 됐다. 방역 계획을 세우고 일관성 있게 수행하기 위해서다. 국가의 역할 강화는 온라인 통제 강화로 이어질 수 있다. 중국은 코로나와 관련한 비난을 차단하기 위해 인터넷 검열을 강화했고, 최근에는 러시아가 데이터와 정보 유입에 개입하는 정책을 추진한 바 있다고 연구원은 밝혔다.



인간은 물론 모든 생물을 감시하는 체계로


사회 안전 부문에서는 생명 감시 체제의 등장을 뜻하는 ‘생물감시 정권’(Bio-surveillance Regime)이 이슈로 떠올랐다.


국회미래연구원은 2002년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부터 코로나19 감염병에 이르까지 어떤 사회적 변화가 일어났는지 탐색한 결과, 생물감시라는 단어가 2009년부터 등장하고 있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생물감시란 인수공통감염병의 증가로 어떤 생물체에서 어떤 바이러스가 옮겨올지 모르니 인간까지 포함한 모든 생물체를 감시하는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논리다. 바이러스를 무기로 악용할 가능성에 대비하자는 뜻도 있다. 휴대폰 추적, 홍채 인식 시스템 등이 생물감시 수단으로 쓰일 수 있는 도구들이다. 연구원은 “생물감시 이슈 자체는 새롭지 않지만, 생물감시라는 단어에 레짐(regime, 정권)이라는 단어가 들어간 것이 주목된다”며 앞으로 정부와 은행, 군사와 여행 분야에서 활용도가 높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오래된 이슈 순환경제, 기후위기에 다시 수면 위로


혁신 기술 부문에선 2가지가 꼽혔다.


먼저 ‘바이오디지털 융합’(Biodigital Convergence)이다. 바이오 기술과 디지털 기술이 융합다는 뜻이다. 예컨대, 특정 생체조직을 프린터로 생산하는 기술(바이오프린터), 이전에는 없던 생명체를 만들어내는 합성생물학 등 매우 다양한 기술을 포괄한다. 기술이 공개되고 장치들이 저렴해지고 있는 추세를 고려하면 전문가가 아닌 일반인도 바이오디지털 융합의 주체가 될 수 있다.


‘전체 게놈 합성’(Whole-Genome Synthesis)은 지난해 세계경제포럼에서 10대 이머징 기술로 소개된 기술이다. 생명정보와 구성요소를 바탕으로 기존 생명체를 모방해 변형시키는 기술이다. 아직은 먼 미래의 이야기일 수 있지만, 예컨대 나무의 유전자를 다시 프로그래밍해서 나무를 아예 목조 건축물 형태로 자라도록 하는 기술이다.


환경 부문에선 ‘순환경제의 귀환’(Return of Circular Economy)이 꼽혔다. 기존의 자원, 부품, 제품을 재사용하자는 순환경제는 사실 오래된 이슈다. 하지만 최근 각국의 기후변화 대응 움직임이 활발해지면서 다시 ‘떠오르고’ 있다는 점에서 이머징 이슈로 선정됐다.


연구원은 “이머징 이슈는 그 자체보다 그 이슈가 등장한 사회적 맥락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순환경제가 재등장한 데는 최근 신흥국 경제가 발전하면서 전 세계적으로 에너지와 원자재 수요가 크게 늘었다는 맥락이 있다. 일본 문부성 과학기술·학술정책연구소(NISTEP)의 추산에 따르면 지금 추세라면 2030년에는 전 세계에서 약 80억톤의 천연자원이 부족할 전망이다. 순환경제가 다시 주목받는 또 하나의 맥락은 코로나19 이후 전 세계에서 1회용품 사용이 급격히 늘어난 것이다. 유럽연합집행위원회는 지난해 발표한 ‘신순환경제’ 행동계획에서 탄소중립과 자원효율을 향상하는 순환경제 시대를 선포했다.


연구원은 이머징 이슈는 사회 변화 흐름을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할 뿐 아니라 새로운 사업과 제품 개발의 계기를 만들고 새로운 가치를 형성하는 발판이기도 하다고 밝혔다. 연구원은 특히 “이머징 이슈는 사람에의 해 만들어지고 확산되는 만큼, 누구에 의해 어떤 목적으로 제기됐는지도 들여다보고 문제는 없는지 미리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원문: https://www.hani.co.kr/arti/science/future/1006106.html#csidx616a8dde8a25b67a4d3a1b7ecd8dfa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