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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보도

[매일경제] 미래세대가 맞이할 미래 달라지게 하고 싶다면…국가정책 달라져야

작성일 : 2021-09-08 작성자 : 국회미래연구원

	



미래세대가 맞이할 미래 달라지게 하고 싶다면…국가정책 달라져야




글. 김현곤 국회미래연구원장



1. 21세기의 두 혁명, AI혁명과 장수혁명


인류 역사에 있어 21세기는 정말 특별한 시대다. 패러다임을 바꿀 두 개의 혁명이 동시에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4차 산업혁명으로도 불리는 인공지능(AI)혁명과 고령화혁명으로도 불리는 장수혁명이 바로 그것이다. 21세기 인류 사회를 근본적으로 바꿀 것이란 점에서 둘 다 너무도 중요하다. 그런데 개개인의 인생이란 관점에서 보면 AI혁명보다 장수혁명이 더 중요하다.


이유는 간단하다. AI혁명은 기술혁명인 데 반해 장수혁명은 우리 인생 자체의 혁명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참 이상하게도 AI혁명에 대해서는 온 사회가 떠들썩하다. 그에 비해 고령화혁명 또는 장수혁명은 고령자의 비중이 늘어나서 생기는 문제이고 고령자들만의 문제인 것처럼 인식되고 있다. 실상은 전혀 그렇지 않다. 장수혁명은 전 국민의 인생이 걸린 중차대한 문제다.


한번 상상해보자. 나의 수명이 80세라고 생각했는데 실제로는 120세까지 살게 된다면 어떨까? 예상했던 것보다 나 자신이 40년을 더 살게 되는 것이다. 정말 놀랄 만한 근본적인 인생 변화 아닐까? 그래서 고령화혁명의 본질은 장수혁명이고 인생혁명이다. 실제로 100년간에 걸친 대한민국의 수명 관련 통계가 이를 뒷받침해 준다. 1920년 우리나라 국민의 평균수명은 30.5세였다. 30세를 넘게 살기도 쉽지 않았던 것이다. 1960년에는 평균수명이 55세로 늘었고 평균수명 60세 시대를 지나 2021년 현재는 평균수명 84세 시대다.


생명과학, 유전공학, 의학의 발전은 사람의 수명을 훨씬 더 늘릴 것으로 예상된다. 평균수명 100세 시대, 장수수명 120세 시대가 머지않아 열릴 것이다. 100세, 120세 시대는 더 이상 고령자만의 이슈가 아니다. 모든 국민, 모든 개개인의 인생 길이와 내용 자체가 근본적으로 변화하는 문제다. 그런 점에서 개개인 인생의 관점에서는 장수혁명이 AI혁명보다 더 중요하다. 개인적으로나 사회적으로 훨씬 근본적이고 체계적인 대응이 요구된다.


2. 달라질 국가 어젠다는 국민 인생 어젠다


미래 지속성장의 비결은 시대 흐름의 변화 속에 숨어 있다. 앞에서 21세기의 2대 변화로 AI혁명과 장수혁명을 소개했다. 그런데 조용하지만 도도하게 진행되고 있는 또 다른 메가톤급 변화가 있다. 바로 개인주의화, 개개인화의 확산이다.


오랫동안 대한민국은 개인보다는 집단, 조직, 국가가 더 우선되는 사회였다. 개인의 자유와 자율보다는 국가, 조직, 집단 차원의 논리가 더 강조되는 시대를 살아왔다. 국가 발전 차원에서도 하나의 미래 비전을 추구해왔고 국민 모두가 하나의 공통된 꿈을 꿔왔다. 이제는 사회 패러다임이 근본적으로 바뀌고 있다. 똑똑한 소수 엘리트의 시대를 넘어 다양한 다수 대중의 시대가 열리고 있다. 개인은 더 이상 수동적인 존재가 아니다. 개인의 힘이 커지고 있고, 자기 인생의 주인이자 주인공이란 의식도 강해졌다. 젊은 세대에서 시작해 점차 모든 국민이 자신의 삶 자체가 가장 소중하다는 것을 이전 세대보다 더 강하게 느끼고 있다.


한마디로 진정한 개개인화, 개인주의화의 발현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고 있다. 자신에게 맞는 자신만의 꿈을 꾸고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이 많아질수록 그 사회의 미래는 더욱 밝아진다. 그런 점에서 개개인화 추세는 개인으로 보나 사회 전체로 보나 대단히 바람직한 변화다. '바람직한 국가란 국민 한 명 한 명의 구체적인 재능과 꿈을 실현한 사회다.' 독일 철학자 헤겔은 자신의 저서 '법의 철학'에서 국가의 존재 이유를 이렇게 압축해서 표현했다. 미래의 지속성장을 견인하는 숨은 열쇠를 찾고 있는 지금의 대한민국에 꼭 필요한 조언이다. 국민 개개인이 자신의 꿈과 재능을 찾고, 이를 이루도록 돕고 지원하는 것이 국가의 새로운 역할이자 최우선 국정과제가 돼야 한다. 국정운영의 관점을 넘어, 이제는 국민 삶의 관점에서 국가 어젠다를 기획해야 할 때다.


3. 단 하나의 국가 어젠다를 만든다면? 국민건강전략!


대선이 6개월 앞으로 성큼 다가왔다. 단 하나의 국가 어젠다를 제시한다면 무엇이 좋을까? 무슨 기준으로 최우선 어젠다를 고를 것인가? '시급하지는 않지만 소중한 것을 먼저 하라'는 스티븐 코비의 조언이 좋을 듯하다. 5000만명이 살아가는 대한민국에는 하루가 멀다 하고 수많은 이슈와 시급한 해결 과제가 쏟아져 나온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시급하지는 않지만 중요한 것'을 미처 돌볼 여유가 없다. 이제는 시급하진 않지만 소중한 것에 눈을 돌리고 실천해야 할 때다.


시급하지는 않지만 가장 소중한 국가 어젠다는 과연 무엇일까? 필자는 '국민 건강'을 제안하고 싶다. AI와 장수혁명의 시대에 우리 삶의 가장 중요한 토대는 건강이다. 그런데도 건강이 중요하다는 건 너무도 당연해서 국민 건강은 국가 어젠다로서 취급받지 못해왔다. 이제는 바뀌어야 한다. 국민 건강은 사회적으로도 가장 소중한 사회자본이다. 고령화, 불평등, 사회통합, 교육, 복지와 같은 다른 국가 어젠다들을 좀 더 쉽게 풀어갈 수 있는 촉진제이자 열쇠가 될 수도 있다. 국민총건강(GHP)은 국민총생산(GNP)처럼 키우고 보살펴야 할 국가 차원의 핵심 자산이다.


국민 건강의 경제사회적 효과는 예상하는 것보다 훨씬 크다. 작년 7월 맥킨지에서 발표한 '건강을 우선시하자(Prioritizing health): 번영을 위한 처방' 보고서에 따르면 20세기에 선진국에서의 건강 개선이 경제성장에 기여한 부분은 3분의 1 정도로 건강이 교육만큼 성장에 기여하고 있다고 평가한다. 글로벌 차원에서 2040년께 건강의 사회적 효과는 100조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이를 한국에 적용해 보면 우리나라에서 건강의 사회경제적 효과는 2400조원도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단지, 돈만의 문제가 아니다. 개인 차원에서 건강은 인생의 든든한 토대가 된다. 국민 건강은 자신감과 활력, 여유와 행복이 넘치는 사회를 만드는 튼튼한 근간이 된다. 별거 아닌 것처럼 보이고 개인적으로 해결할 이슈로만 생각될 수도 있지만, 국민 건강이야말로 21세기 대한민국의 가장 중요한 국가 어젠다가 돼야 한다.


4. 두 번째 국가 어젠다는? 평생학습사회!


20세기까지의 인생모델은 세로모델이었다. 청년 때까지 공부하고 중년에 일하고 노년에 휴식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AI와 장수혁명의 시대 21세기 인생모델은 가로모델로 완전히 바뀌었다. 21세기는 한마디로 평생학습, 평생직업, 평생여가의 시대다. 언뜻 보기에는 단순히 세로모델에서 가로모델로 바뀐 것뿐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실은 근본적이고 충격적인 인생혁명이다. '인생모델과 직업모델의 코페르니쿠스적 대전환'이다.


20세기까지는 청년 때까지 배웠던 지식으로 평생을 살 수 있었다. 이제는 불가능하다. 평생을 계속해서 교육받고 학습하지 않으면 살아남기 어려운 시대다. 그런데 지금 우리 사회는 어떤가? 청소년 때까지는 세계에서 가장 열심히 교육을 받는다. 그러나 어른이 되면 교육과 학습에서 멀어진다. 시대는 우리에게 가로모델을 요구하고 있지만, 우리 사회의 인생모델과 교육모델은 아직도 세로모델의 시대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중년기, 노년기에도 끊임없이 배워야 하지만, 우리 사회는 어른이 되면 잘 배우려고 하지 않는다. 그러나 부단한 학습과 배움이 없으면 미래도 없다.


대한민국은 학교 교육이 문제라고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전 국민 평생학습의 저조함과 열악함이다. 고령화의 진전으로 인구 전체에서 어른이 차지하는 비중이 점점 늘어나기 때문에 더욱더 문제다. 자녀들 보고만 열심히 공부하라고 해서는 안 된다. 어른들이 스스로 더 열심히 배우고 학습해야 한다. 이렇게 어른들이 적극 참여하고 솔선수범해서 우리 사회 전체가 학습사회로 거듭나야 한다. 그것이 개인을 위해서도 사회를 위해서도 바람직한 길이다. 찢어지는 가난 속에서도 자식들을 교육시킨 열정과 투자가 오늘의 대한민국을 만든 밑거름이다. 학생들을 넘어 어른들도 평생학습에 힘쓸 때 AI와 장수혁명의 시대, 변화와 불확실성의 21세기에 대한민국의 지속성장과 개인의 지속가능 인생이 보장된다.


5. 평생현역을 위한 필수 작업, 자기발견


일의 미래를 정확히 예측하는 것은 어렵지만 적어도 두 가지는 확실한 것 같다. 첫째, 한 번 배운 기술로 평생직장에서 일하던 시대는 끝나고, 쉼 없이 새롭게 배우면서 직장과 직업을 이동하는 프리랜서의 시대가 될 것이다. 둘째, 장수혁명으로 수명이 급격히 늘어나면서 30여 년 일하고 퇴직하던 시대를 넘어, 퇴직한 이후에도 적어도 20~30년은 더 일해야 하고 일할 수 있는 시대가 될 것이다. 지금의 경제 상황에서 내 일을 찾기가 쉬운 일은 아니지만, 내 일이 없으면 내일(來日)이 없다는 것도 사실이다. 일이 있어야 소득도 생기고 성취감과 보람도 느낄 수 있다. 건강도 관계도 일과 활동을 통해 더 잘 유지할 수 있다. 내 일이 없이 행복한 인생을 기대하기는 힘들다. 그런 점에서 건강과 학습이 우리 인생의 토대라면, 일은 우리 인생이라는 건축물의 뼈대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내 일을 어떻게 만들 것인가? 개인과 사회의 끈질긴 줄탁동시가 필요하다. 우선 개인 입장에서는 유행을 추종하기보다 자신에게 맞는 일을 찾아야 한다. 하루 이틀 일하고 끝날 것이 아니고 장수혁명 시대에 길게는 50~70년을 일해야 하고 일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내 일이 곧 내 삶이다. 자신에게 맞는 일을 찾기 위해서는 먼저 자신을 철저히 아는 것이 중요하다. 자신의 성격, 재능, 장점, 습관, 꿈, 행복할 때, 해보고 싶은 것을 적어보면서 자기 자신을 발견하는 것이 일 찾기와 자기실현을 위한 가장 좋은 시작이다.



원문 : https://www.mk.co.kr/opinion/contributors/view/2021/09/86459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