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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보도

[한겨레] 불안부 장관을 둔다면

작성일 : 2022-06-13 작성자 : 국회미래연구원

	

[뉴노멀-미래] 불안부 장관을 둔다면


글. 박성원 국회미래연구원 연구위원


영국과 일본에는 고독을 다루는 정부 부처가 있다는데, 한국은 ‘불안’을 다루는 부처가 있으면 좋겠다. 불안은 생존을 위협하는 변화를 감지하거나 적응하는 데 필요한 자연스러운 감정이다. 이런 감정을 다루는 정부 부처가 필요할까 싶지만 제안하는 이유가 있다.


우선 우리 사회에 불안장애 환자들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불안장애는 불안함 때문에 일상에 장애가 생기는 것을 말한다. 심각하면 공황, 강박, 사회적 공포증으로 발전한다. 불안할수록 디지털 기기를 과다하게 사용해 신체 활동이 줄고, 술이나 약물에 의존한다. 2022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펴낸 자료를 보면 2016년 불안장애 환자가 59만명이었으나 2020년 74만명으로 증가했다. 40~60대가 전체 환자의 51.8%를 차지해 가장 많았다.


보험연구원의 2021년 보고서에는 남성 환자의 경우 다양한 정신질환 중 불안장애가 가장 많았고, 여성도 우울증에 이어 불안장애가 2위로 꼽혔다. 2010년부터 2019년까지 한국은 불안장애를 포함한 정신질환 환자가 연평균 5.2% 증가한 것으로 보고됐다.


불안장애 유병률의 국가 간 비교에서 한국은 매우 높은 그룹에 속한다. 2021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건강보고서에서 한국은 멕시코, 영국, 미국에 이어 4위를 기록했다. 한국은 10명 중 3명이 불안장애를 호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조사에서 우울증은 한국이 최고(37%)를 기록했다.


불안부 신설은 불안이 개인적 차원을 넘어 사회적 불안으로 확대되고 있기 때문에 필요하다. 사회적 불안은 내가 사는 사회가 존속, 유지, 발전하는 데 위협을 받고 있다는 감정이다.


사회적 불안이 높아지는 원인은 다양하다. 노력해도 계층 상승이 어렵다고 생각할 때, 사회의 원칙이 지켜지지 않아 불공정하다고 생각할 때, 법과 제도를 믿지 못할 때, 미래를 예측하기 힘들 때 사회적 불안은 높아진다. 불안과 사회적 고립은 연관성이 있는데, 예를 들면 아픈데 나를 돌봐줄 사람이 없을 때, 당면한 문제에 나를 도와줄 사람이 없을 때, 자신의 존재 가치를 인정해주는 사람이 없을 때 고립감은 높아지고 나의 미래는 불안해진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2019년 사회적 불안을 연구하면서 경쟁 중심 사회구조, 줄어드는 노동 기회, 긴 노동시간에서 자기 결정권을 갖지 못한 개인들이 혹여 예상치 못한 사건이 발생하면 자신과 가족의 일상이 무너질지 모른다는 불안을 늘 안고 산다고 주장했다.


미래연구자의 시각에서 흥미로운 것은 불안의 종류에 ‘예견불안’이 있다는 점이다. 박수애와 송관재의 2005년 연구에서 예견불안은 “앞으로 일어날 상황을 염려한 불안”이다. 예견불안이 높을수록 남을 험담하거나 의심하고 복권 사기를 저지르는 등 공격적 반응이 높아졌다. 또한 불평하거나 실수하고, 정보보다는 소문이나 점으로 판단하는 등 포기 반응도 높아졌다.


불안부 장관은 어느 사회경제적 계층과 지역주민이 더 불안하다고 느끼는지, 연령과 성별로 불안감의 정도와 차이는 무엇인지, 불안이 어떤 사회적 병리 현상을 초래하는지, 그에 따른 재정 소요를 전망해야 한다. 사회적 불안이 과로, 생산성 저하, 낮은 출산율, 고독사, 사회적 고립과 어떤 관련성이 있는지도 파악해야 한다.


더 나아가 불안부 장관은 다양한 불안의 대처 방안을 내놓아야 한다. 변화 속도가 빠르고 방향을 짐작할 수 없을 때 시민들은 매우 불안해한다. 이들의 심리적 저항을 고려하지 않는 개혁은 실패한다. 변화를 향한 세심한 돌다리를 놓아야 한다. 사람들이 필요한 변화 앞에서 머뭇거리는 마음에도 공감해야 한다. 이들이 머뭇거리는 이유는 후회하지 않기 위한 것이라는 것을 헤아려야 한다.


-출처: 한겨레

https://www.hani.co.kr/arti/opinion/column/1046691.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