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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보도

[매일경제] 쏠림사회에서 개성사회로의 대전환

작성일 : 2022-06-15 작성자 : 국회미래연구원

	


일류대학 들어가야 좋은 직업?…이젠 낡은 성공방정식 버릴때!

- 쏠림사회에서 개성사회로의 대전환 -


글. 김현곤 국회미래연구원장


지금의 한국 만든 `쏠림`, 학업 성적 뛰어나야 인정받고 다른 재능 키울 기회 주지않아
경제·외적 성장만 추구하고 개인의 삶보다 집단·국가 우선 소수 엘리트가 중심인 사회로
미래 한국 열쇠는 `개성`,  영원한 고전 `국부론``자유론`도 쏠림사회의 폐해에 강한 경고
개인의 꿈·재능 키워 나갈때 국가도 지속성장 가능성 커져, 진정한 공동체 행복 추구할 때


1. 자연의 다채로움


자연을 들여다보고 있으면 정말 다채롭다는 느낌이 든다. 나무도 꽃도 풀도 형형색색, 가지가지다. 자연 속에는 이름 모를 작은 꽃부터 모두가 알고 있는 장미에 이르기까지 각양각색의 꽃들이 어우러져 핀다. 꽃이 피는 계절까지도 각양각색이다. 봄을 알리는 개나리와 진달래, 5월의 장미와 한여름의 코스모스, 가을과 함께 오는 국화, 겨울 꽃 동백과 매화에 이르기까지 모든 꽃은 꽃을 피우는 자신만의 계절을 각자 가지고 있다. 그리고 진달래와 개나리는 서로 다투지 않는다. 장미와 코스모스도 경쟁하지 않는다. 그저 자신만의 꽃을 곱게 피울 뿐이다. 그렇게 핀 모든 꽃은 하나같이 아름답다. 모든 꽃이 저만의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다. 누군가의 얘기처럼, 장미가 아니라고 꽃을 피우지 않겠다고 하는 꽃이 하나라도 있는가? 없다.


2. 쏠림사회 대한민국


우리 사회는 어떨까? 조금 과장해서 말하면, 모두가 장미가 되고 싶어 한다. 자신이 무슨 꽃인지, 자신만의 어떤 아름다움을 가지고 있는지 조용히 생각해볼 여유가 없어 보인다. 모두가 그냥 남들이 가장 아름답다고 부러워하는 단 한 종류의 꽃이 되고 싶은 마음뿐이다.


그렇게 해서 이 세상에 장미라는 꽃만 있게 된다면 어떨까? 장미가 너무 흔해져 장미의 아름다움은 이제 더 이상 귀한 느낌, 아름다운 느낌이 들지 않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지금의 우리 사회가 그런 상태에 있지 않을까 싶다. 꽃과 나무처럼 사람도 한 사람 한 사람 자세히 관찰해보면 서로 너무도 다르다. 생김새도 성격도 재능도 100인 100색이다. 생각과 정신 세계는 말할 필요도 없다. 그런 점에서 지구상에는 80억 종류의 사람 꽃이 있고 대한민국에는 5100만 종류의 사람 꽃이 있는 셈이다. 그런데도 지금 우리 사회는 대부분의 사람이 너무 같은 것만을 추구한다. 성공의 기준과 선호하는 내용이 지나치게 몰려 있고 단순화돼 있다. 학교에서는 무조건 공부를 잘해야 하고 좋은 대학에 들어가야만 한다. 대부분의 청년들은 공무원이 되거나 대기업에서 일하는 것을 선호한다.


하지만 자원은 제한돼 있다. 모두가 공무원이 되거나 대기업에서 일할 수는 없다. 모든 학생이 좋은 대학에만 다 들어갈 수도 없다. 그런데도 우리는 이렇게 단순화된 성공 기준을 하나같이 추구한다. 현실적으로 절대 지속가능하지 않다. 이제는 근본적으로 바뀌어야 한다.


3. 쏠림사회를 만든 세 가지 이유


우리 사회는 어떻게 하다 이렇게도 극단적인 쏠림사회가 되었을까?


첫째는, 너무 단일화되고 획일적인 성공 기준만을 추구해왔기 때문이다. 학생의 경우에는 무조건 공부를 잘해야 하고 시험 성적이 좋아야 하고 좋은 대학에 들어가야만 한다. 학업 성적 외에 자신이 가진 다른 소질과 재능을 발견하고 키울 수 있는 기회는 거의 주어지지 않는다. 결과적으로는 학업 성적이 좋은 극히 일부의 학생만 인정받고 나머지 학생들은 패배의식에 사로잡히게 된다. 한마디로, 어릴 때부터 오로지 성적만으로 한 줄 세우기를 하는 것이 쏠림사회의 근본 이유 중 하나다.


둘째는, 오랫동안 경제성장과 외적 성장을 중심으로 발전을 추구해왔기 때문이다. 한국전쟁으로 인한 폐허와 찢어진 가난 속에서 지난 60여 년간 개인과 사회의 지상목표는 경제적으로 잘사는 것이었다. 오로지 잘살기 위해 개인도 국가도 혼신의 힘을 다해 왔다. 다른 목표를 찾을 정신적 여유는 없었다. 그렇지만 잘산다는 것에는 끝이 없다. 더 벌고 싶고, 더 좋은 집에서 더 좋은 환경을 만들어 살고 싶고, 더 좋은 직장에서 일하고 싶고, 더 좋은 차를 몰고 싶어진다. 물질적으로 더 좋은 것들을 끝없이 추구하게 될 위험이 있다.


셋째는, 개인보다는 집단, 조직, 국가가 우선이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오랜 기간 대한민국에서 국가 차원의 중요한 목표는 정부와 소수의 엘리트가 주도해서 만들어왔다. 국가와 사회를 어떻게 운영할지에 초점을 두다 보니 개인 차원까지 고려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조직과 집단의 논리가 개인의 존재 가치, 개인에 대한 배려보다 우선했다. 한마디로, 개개인을 존중하고 개인의 자유와 자율이 마음껏 발현될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는 마련되지 못한 채 반세기 이상이 흘렀다.


4. 국부론과 자유론이 말하는 '쏠림' 해법


수십 년간 고착돼 온 쏠림사회 현상을 해소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사회를 뒤흔들 만한 특별한 충격이나 근본적인 변화를 향한 사회 전체의 강한 의지와 노력이 지속적으로 있어야만 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쏠림사회는 우리 사회가 꼭 극복해야 할 과제다. 이 글에서는 사회 발전을 논하고 있는 인류의 영원한 고전 두 권에서 쏠림사회를 탈출하는 해법을 발견해 보고자 한다. 경제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애덤 스미스가 1776년에 출판한 '국부론'과, 영국의 철학자 존 스튜어트 밀이 1859년에 출간한 '자유론'이 그것이다. 스미스는 '국부론'에서 '번영을 가능하게 하는 힘은 분업과 전문화에 있다'고 일갈했다. 인간은 자신이 잘하는 한 가지 일을 전문화하는 대신, 나머지는 타인의 도움을 얻고자 한다. 이러한 분업과 전문화가 보이지 않는 손이 되어 경제가 원활히 돌아간다고 했다. 스미스의 이러한 주장은 경제를 넘어 사회 전체의 발전에 관한 기본 원리를 제시한 것이라고도 할 수 있다. 스미스의 통찰을 250년이 지난 현재 시점에서 재해석해보면, 사회 구성원 각자가 자신이 더 잘할 수 있는 일을 한다면 세상은 더 지속가능하게 성장하고 번영할 것이라는 결론을 얻을 수 있다. 쏠림사회가 되어서는 결코 지속성장이 가능하지 않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쏠림사회를 넘어 각자 자신의 개성과 재능을 살리는 개성사회를 지향해야 개인도 사회도 모두 행복하게 번영할 수 있다는 사실을 스미스가 우리에게 말해주고 있다.


밀도 이미 160여 년 전에 저술한 '자유론'에서 다음과 같이 쏠림사회의 폐해를 경계하면서 해법을 제시하고 있다. '지금 우리는 사회가 설정한 성공의 기준에 맞춰 살도록 강하게 종용받고 있다.' 당시의 영국도 쏠림사회의 경향이 강했음을 시사한다. 그리고 해법을 이렇게 말하고 있다.


'사람들은 각자의 개성에 맞게 자기 삶을 설계하고 자기 좋은 대로 살아갈 자유를 누려야 한다. …자유 가운데서도 가장 소중하고 또 유일하게 자유라는 이름으로 불릴 수 있는 것은 각자 자신이 원하는 대로 자신의 삶을 꾸려 나가는 자유이다. …우리는 자신에게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는 방향으로 자기 식대로 인생을 살아가다 일이 잘못돼 고통을 당할 수도 있다. 그러나 설령 그런 결과를 맞이하더라도 자신이 선택한 길을 가게 되면 다른 사람이 좋다고 생각하는 길로 억지로 끌려가는 것보다 궁극적으로는 더 많은 것을 얻게 된다. 인간은 바로 그런 존재다.'


스미스와 밀이 '국부론'과 '자유론'에서 각각 말한 위의 내용은 실은 동일하다. 쏠림사회를 넘어 개성사회를 지향하는 것이 개인과 사회 모두를 위해 가장 바람직한 길이라고 똑같이 역설하고 있다. 우리 대한민국이 반드시 가야 할 길이다.


5. 쏠림사회 탈출, 개성사회로의 대전환


쏠림사회가 단점만 있는 것은 물론 아니다. 대한민국의 눈부신 오늘을 만드는 데 쏠림사회 성향이 기여한 것도 사실이다. 단일화된 단순 명확한 성공 기준, 경제성장에의 집중, 국가 주도 등을 통해 발전의 에너지를 한곳으로 모았기 때문에 지금의 대한민국이 가능했다.


그러나 이제는 새로운 패러다임 변화에 대응해서 성장과 발전의 근본적인 혁신이 필요한 시점이다.


첫째, 사회가 복잡다기해지면서 단일화된 성공 기준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이제는 다원화된 성공 기준이 필요하다. 특정 개인을 예로 들면, 공부는 못해도 잘할 수 있는 건 얼마든지 있다. 어느 대학에 들어가더라도 학교 성적과는 무관하게 자신만의 꿈과 재능을 자유롭게 펼칠 수 있는 사회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


둘째, 경제성장만이 성장의 유일한 해법은 아니다. 이제는 경제성장을 넘어 사회적 질적 성장, 공동체 성장, 정신적 성장과 진정한 행복을 함께 추구할 때가 왔다. 그런 내적이고 질적인 성장이 다시 더 나은 지속가능한 경제성장을 가능케 하는 새로운 사회자본이 될 수 있다.


셋째, 국가, 조직, 집단을 우선시하던 시대를 넘어, 각 개인을 존중하고 국민 각자의 꿈과 재능을 키워주는 시대로 나아가야 한다. 개개인의 가능성과 잠재력을 키워 나갈 때, 그 개개인이 속한 사회와 국가의 지속성장 가능성도 비례해서 커질 것이다.


그런 점에서, 시대의 패러다임 변화에 대응하면서 대한민국의 미래를 풀어 가는 비밀의 열쇠는 쏠림사회의 탈출에 있다. 단일화된 성공 기준을 넘어 다원화된 성공 기준을 추구해야 한다. 경제성장과 함께 사회적 성장, 공동체 성장, 정신적 성장에도 힘을 쏟아야 한다. 국가, 조직, 개인을 우선시하던 데서 벗어나, 국민 개개인의 존재 가치, 꿈과 재능, 자유와 자율을 적극 지원할 때다.


쏠림은 불균형과 불평등을 가져다준다. 불만과 갈등도 증폭될 수밖에 없다. 각자가 자신의 개성을 찾아 자신에게 맞는 삶을 추구하는 분산과 균형만이 모두를 위한 행복한 삶과 지속성장을 보장해준다.


오랫동안 대한민국이 달려왔던 길과는 다른 새로운 길이지만, 이 길이야말로 쏠림사회, 성장사회 대한민국을 넘어 다원화된 성숙사회, 지속가능한 공동체사회로 가는 가장 좋은 길이라 믿는다.


-출처: 매일경제

https://www.mk.co.kr/opinion/contributors/view/2022/06/52178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