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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규제 폐지가 혁신? 좋은 규제가 더 어려운 혁신

작성일 : 2022-07-11 작성자 : 국회미래연구원

	

규제 폐지가 혁신? 좋은 규제가 더 어려운 혁신


글. 박성원 국회미래연구원 연구위원


‘규제 혁파’는 새 정부 경제정책방향에서 제1호로 언급되어 있다. 기획재정부는 “기존 틀을 깨는 과감한 조치로 민간, 기업의 투자를 활성화”하겠다고 밝혔다. 혁파라는 단어까지 사용하면서 규제를 없애겠다고 하지만 걱정되는 점이 있다.


기재부는 규제 혁파의 강력한 수단으로 ‘규제비용 감축’을 제시했다. 과도한 규제 신설을 방지하기 위해 하나를 새로 집어넣으면 기존의 둘을 뺀다는 ‘원 인, 투 아웃’(one in, two out) 룰을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규제를 신설하거나 강화할 때 예상되는 규제순비용의 2배에 달하는 기존 규제를 폐지하거나 완화하는 것이다.


규제순비용은 규제 준수에 필요한 직접비용에서 직접편익을 뺀 것이다. 규제가 생기면 기업은 이를 지키기 위해 새로운 사람도 뽑아야 하고, 기자재도 구매해야 하며, 교육훈련비도 들어간다. 이런 항목들이 직접비용이다. 직접편익은 새로운 규제에 적응하도록 정부가 지원하는 보조금을 예로 들 수 있다.


사실, 규제에는 간접비용과 간접편익도 있다. 간접비용은 규제 탓에 부수적으로 발생하는 비용인데, 대안 포기 비용이나 생산성 감소 같은 것이다. 간접편익은 고용 증대나 삶의 질 향상을 들 수 있다. 한국행정연구원이 최근 펴낸 <새 정부 규제정책 쟁점과 개선방안>에는 규제 비용을 계산할 때 추정이 어렵다는 이유로 간접비용을 제외하고, 관리가 용이하다는 이유로 직접비용만 고려하기에 규제가 현실에 적용될 때 실효성 있게 추진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삶의 질 같은 간접편익, 환경 보존과 국민의 안전 같은 사회적 편익도 배제한다. 이처럼 규제의 장기적 영향을 고려하지 않는 것은 행정편의주의라고 볼 수밖에 없다.


기획재정부가 ‘원 인, 투 아웃’을 내놓을 때 영국 정부의 사례를 참고했다는데, 영국 정부는 2021년 발간한 <더 나은 규제를 위한 프레임의 개선> 보고서에서 기재부와는 정반대의 시각에서 규제를 정의한다. 기재부가 규제를 투자 활성화의 걸림돌로 보고 있지만, 영국은 규제를 통해 새로운 아이디어와 혁신을 촉진한다고 밝힌다. 혁신과 규제는 상호협력적인 관계임을 강조한 것이다.


일례로 영국 정부는 2015년부터 핀테크(정보기술을 활용한 금융서비스) 산업의 발전을 지원하기 위해 규제기관을 선제적으로 활용했다(캐런 영, 2016, <법, 규제 그리고 기술혁신의 긴장관계> 참조). 금융감독기구나 건전성규제기구 등은 혁신적 기술이 사회에 도입되기 위해 필요한 정책은 무엇인지 조사하면서, 시민들이 이런 변화를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지에 대해서도 의견을 수렴했다. 이와 함께, 영국의 각 정부부처가 규제기관과 협업해 혁신 계획을 발표하도록 했다.


더 흥미로운 조치는 영국 재무부가 정부 내 과학청에 의뢰해 핀테크 산업의 미래 전망 보고서를 작성했다는 점이다. 과학청은 핀테크 산업의 10년 미래를 예측하면서 과학기술이 어떤 도움을 줄 수 있는지 제안했다.


과학청 권고에서 눈에 띄는 내용은 규제 자체의 혁신성을 높이려는 노력이다. 규제와 혁신이 상호협력적으로 작동하려면 규제가 매우 효율적이어야 한다. 핀테크 산업의 발전에 참여한 규제당국, 금융기관, 대학 등 연구계는 핀테크가 규제 자체를 혁신시킬 기회라고 보았다. 그 결과, 규제와 기술의 합성어인 규제 기술(Reg Tech)의 개발을 주장했다. 새로운 규제를 준수하는 과정이 더욱 투명해지고, 규제 비용을 낮추며, 금융산업의 위기를 사전에 감지하는 기술로서 규제 기술을 개발하자는 것이었다.


정부는 규제를 없애는 데만 집착하지 말고, 규제를 더 잘하는 어려운 혁신도 일궈내야 한다. 혁신적 규제는 위기를 선제적으로 방어하거나, 정부의 미래 전망도 제기하고,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갈등도 조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 출처: 한겨레

https://www.hani.co.kr/arti/opinion/column/1050360.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