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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보도

[한겨레] 불안한 세계와 개인의 고립

작성일 : 2022-09-19 작성자 : 국회미래연구원

	

[뉴노멀-미래] 불안한 세계와 개인의 고립


글. 박성원 국회미래연구원 연구위원


변화의 징조를 읽는 방법으로 미래학은 ‘이머징 이슈’(emerging issue)를 분석한다. 이머징 이슈는 머지않은 미래에 사회적 관심사로 떠오를 쟁점이나 사건을 뜻한다. 필자가 참여한 국회미래연구원의 글로벌 이머징 이슈들을 통해 미래사회 변화를 전망해보자.


국제분야에서는 미국과 중국의 대립 격화, 환경재난의 국가간 갈등이 예상된다. 미국은 경제와 안보를 엮어 반도체, 희토류, 의약품, 배터리 산업에서 동맹국들과 연합해 중국을 노골적으로 배제하고 있다. 환경문제는 한 사회의 노동, 복지, 주거, 식량과 밀접하게 연결돼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사고처럼 국가적 환경재난이 발생하면 외교문제로 비화한다.


정치분야에서는 탈탄소의 민주주의 시험과 에코파시즘이 눈에 띈다. 탄소배출을 줄이려는 탈탄소화는 산업·교통은 물론 농업과 교육에도 영향을 미친다. 이 과정에서 누가 이익을 보고 피해를 보게 될지 현재로선 불확실하다. 한 사회의 민주주의가 잘 작동하지 않으면 어떤 결정도 내리지 못하고 기후위기를 맞이할 수 있다. 이런 위기감이 고조되면 자연생태계를 지킨다는 명분으로 인간에 대한 혐오감을 부추기는 에코파시즘의 등장이 예상된다.

경제분야에서는 탈성장론의 부각이 주목된다. 국내 출판계에서도 경제성장주의에서 벗어나자는 탈성장론이나 ‘적을수록 풍요롭다’는 주장의 책들이 나오고 있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는 올해 펴낸 정책보고서에서 처음으로 탈성장(degrowth)을 15회나 언급했다. 각국의 국내총생산(GDP)을 줄여서라도 온실가스 배출을 억제해야 한다는 절박한 주장까지 담았다.


사회분야에서는 모자이크 가족의 확산, 탈사회화, 사회적 돌봄 증가에 관심이 쏠린다. 혈연과 혼인 관계가 아닌 남과 함께 살려는 모자이크 가족은 국내에서 비친족가구의 100만명 돌파로 가시화됐다. 혼자 살려는 개인도 증가한다. 이들은 플랫폼노동 증가, 원격근무 확산, 무엇이든 배달해주는 문화의 정착으로 사람을 만날 필요를 느끼지 못해 스스로 탈사회화한다. 반면, 비자발적으로 고립되는 고령층 1인가구, 고령 장애인 증가는 사회적 돌봄의 수요를 늘린다.


거주환경에서는 우주 생활권 진입, 지역 공용텃밭의 부각이 주목된다. 로켓기술의 비약적 발전, 우주 진출의 장애물 감소로 선진국들은 독자적인 우주정거장 구축이나 달 상주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한편, 난민과 다문화이주민이 증가하면서 이들이 현지 주민들과 자연스럽게 어울려 살 수 있도록 공용텃밭을 가꾸는 실험이 관심을 받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더 빈번하게 차별과 불평등을 경험한 이민자들을 집밖으로 불러내 건강도 챙기고 사회적 연대감도 고취한다.


기술분야는 새로운 이슈들이 많은데, 기술과 사회를 엮은 ‘알고리즘 국가’가 눈에 띈다. 알고리즘 국가는 수많은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분석해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국가다. 데이터를 만드는 데 기여한 수많은 개인이 국가적 의사결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디지털 시민권이 부각된다.


단편적 정보들이지만 종합해보면 더 불안한 세계와 고립된 개인의 증가로 요약된다. 우주를 인간의 거주지로 고려할 만큼 기술이 발달해도 기후위기와 경제성장주의의 대립을 해결할 방안을 마련하지 못하는 공적 의사결정의 실패를 반복할 것이다. 이에 일부 시민은 정부에 대한 기대를 접고 급진주의자로 변모하고, 약자의 죽음을 방관하는 정치를 중단하라고 과격한 시위를 벌일 것이다. 탈사회화와 1인가족 증가에서 개인들은 기존의 가족이 아닌 새로운 가족에게서 위안을 얻거나 스스로 고립을 선택한다. 아주 일부는 작은 공동체 중심의 생존전략을 모색하면서 희망을 심으려고 안간힘을 쓸 것이다.


- 출처: 한겨레

https://www.hani.co.kr/arti/opinion/column/1059091.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