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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보도

[한겨레] 과거에 갇힌 미래를 전망한다는 것

작성일 : 2022-10-24 작성자 : 국회미래연구원

	


[뉴노멀-미래] 과거에 갇힌 미래를 전망한다는 것



글. 박성원 국회미래연구원 연구위원



요즘 우리 사회의 미래를 전망하기가 너무 힘들다. 언제는 미래를 전망하기가 쉬운 적이 있었을까 싶지만, 요즘처럼 어렵지는 않았을 것 같다. 전망이 어려운 이유는 우리의 미래가 과거의 유산에 꼼짝없이 갇혀 있기 때문이다.


인구 전망부터 예를 들어보자. 저출생의 추세를 물려받으면서 수도권과 멀리 떨어져 있는 지역사회부터 지역민의 감소, 학교의 폐쇄, 산업의 쇠퇴를 예상한다. 어느 지역에 가도 미래 전망에 빠지지 않는 도식은 인구 감소에 이은 지역의 소멸이다. 이 때문에 시나 도의 비전에 인구 증가를 제1의 목표로 내건다. 결국, 지역별 인구 빼앗기 경쟁이 벌어진다. 어느 지역도 승자가 될 수 없는 허무한 게임에 몰입하면서 지역개발이나 도시재생을 명분으로 원주민들을 삶의 터전에서 내쫓는 일이 반복된다.


정치 전망은 어떤가. 정치인들의 집합체로서 국회는 외형으로는 다당제처럼 보이지만 실제는 양당의 대립구도가 고착화한다. 양당은 사회의 구조적 문제와 누적된 갈등에 관한 대안을 내놓는 경쟁을 벌이기보다 상대 당 흠집을 내는 경쟁에 몰두한다. 마치 축구경기에서 골을 많이 넣는 게임을 하지 않고 상대 선수의 반칙을 유도해 얼마나 많이 퇴장하는지 경쟁하는 것처럼 보인다. 이러다 보니 정치를 통해 우리 사회의 가장 약자들이 ‘운명적 미래’에서 벗어나 생존을 걱정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본래의 목적은 간데없다.


전망이 가장 어려운 분야는 경제다. 생산과 소비의 확대로 성장을 구가한다는 과거의 유산에서 한치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경제선진국인 일본도 인구감소, 환경파괴, 기후위기를 고려해 생산과 소비를 줄이는 ‘축소균형’을 정부 관료부터 제기하고 있지만 우리 사회는 무조건 생산과 소비의 확대만 옳다고 주장한다. 더 가관인 것은 모든 사회적 문제의 원인을 경제의 쇠퇴로 돌리고, 모든 문제의 대안도 경제성장에서 찾는다. 그러나 국민은 안다. 경제성장이 대안이 아님을.


교육도 경제만큼 전망이 어렵다. 교육은 ‘기승전 대입’이어서 사실상 전망할 것이 없다. 혹독한 경쟁에서 살아남아 좋은 대학에 가라는 말 외에 부모들이, 선생들이 자식과 학생에게 해줄 말이 무엇이 있는가. 경쟁하지 않고도 사회에 쓸모 있는 사람이, 또는 한 분야에서 실력자가 될 수 있는 방법은 없는가. 왜 우리는 경쟁하면서 협력의 파트너를 찾지 못하고, 경쟁하면서 대부분 홀로 고립되는가. 왜 부모의 재력과 사회적 지위가 자식에게 대물림되는 추세가 강화하는가. 이 문제들의 원인은 다양하겠지만, 부정적 전망이 커지는 것으로 귀결된다.


과학과 기술 분야에서는 다른 전망을 해볼 수 있을까. 선진국과의 기술격차를 따라잡는다는 과거의 도식적 전망 외에 어떤 전망이 가능한가. 전세계 어느 과학자도 시도하지 않았던 실험과 연구를 지속해서 세계적 난제를 다소 엉뚱하지만 혁신적인 방법으로 풀어내는 사례가 나올 것으로 전망할 수 있는가. 과학기술자라면 으레 자신을 ‘바보’로 자처하고 바보처럼 어느 누구도 알아주지 않는 연구에 끈질기게 매달려 세계 최초의 연구자가 될 수 있도록 하는 문화적·사회제도적 뒷받침이 우리나라에도 등장할 것으로 기대할 수 있는가.


전망은 과거와 현재의 추세에서 벗어나는 미래를 보여주는 작업인데, 현재로선 어려워 보인다. 미래는 과거와 다를 것이라고 가정하는 것에서, 미래 상상은 불가능을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데에서 시작되는 것임을 믿지 않는 사회에서 전망은 쓸모없다. 미래는 과거의 반복이기 때문이다. 과거가 반복되는 사회에서 혁신은 일어나지 않으며, 구시대의 인물은 잊히지 않고 꾸역꾸역 다시 중요한 자리에 등판한다. 결국, 이런 부조리의 시대를 웃으면서 참고 견디라는 말 외에 어떤 전망도 하기 힘들다.


- 출처: 한겨레

https://www.hani.co.kr/arti/opinion/column/1063888.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