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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보도

[한겨레] 오늘을 눈부시게 살아가려면

작성일 : 2023-01-16 작성자 : 국회미래연구원

	


오늘을 눈부시게 살아가려면


글. 박성원 국회미래연구원 연구위원



“후회만 가득한 과거와 불안하기만 한 미래 때문에 지금을 망치지 마세요. 오늘을 살아가세요. 눈이 부시게.”


4년 전 백상예술대상에서 탤런트 김혜자씨가 대상 수상 소감으로 한 말이라는데, 그가 열연한 제이티비시(JTBC) 드라마 <눈이 부시게>의 마지막 대본에 나온 말이라고 한다.


오늘을 눈부시게 살아가라는 말, 새해 덕담으로 좋을 것 같다. 후회할 것이 있든 없든 과거는 돌이킬 수 없고, 미래는 아직 도래하지 않았으니 ‘지금’을 충실히 살아야 한다는 말은 옳다.


오늘을 눈부시게 살아가려면 오늘이 어떤 시간의 무대인지 알아야 한다. 과거와 미래 사이의 오늘은 과거의 결과지만 우리의 운명과 처지를 바꿀 수 있는 최선의 시간이다. 그러자면 우리가 어디에서 왔으며, 어디로 갈 것인지 헤아려야 한다.


필자는 지난해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 41명과 짧게는 10년, 길게는 20년 동안 우리 사회가 어떤 과거를 만들었는지 조사하고 분석했다(<2050년 대한민국 미래전망과 대응 전략>, 국회미래연구원).


주요 추세만 언급한다면, 우선 다른 나라와 비교해 우리 사회에 사회적으로 고립되는 개인이 증가했다. 곤란한 일이 있을 때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친구나 친지가 없는 사람이 많아진 것이다. 소득 하위계층과 소수 약자의 주거환경은 여러 위험에 취약해졌다. 기후변화로 불볕더위와 열대야가 심해진다면 이들의 거주지는 더욱 불안정해질 것이다. 이들의 자가보유율도 감소했고, 사회적 보호가 필요한 노인 대상 강력범죄율이 상승했다.


수도권 대기업 노동자와 지방 중소기업 노동자의 임금 격차는 줄어들지 않았다. 예컨대, 제조업 분야 중소기업 임금은 2010년 이래로 대기업의 50% 수준에 머물러 있다. 전체 기업 수의 0.5%에 불과한 대기업이 전체 연구개발비의 61%를 차지하는 등 수도권 대기업 중심의 불균형 발전이 지속하고 있다.


정치 분야에서는 국회와 정부에 대한 국민의 낮은 신뢰 탓에 집회와 시위, 온라인 의견제시 등 시민의 직접행동이 증가했다. 환경보호, 양성평등, 정치와 경제 분야 의사결정 참여 등에서 자기표현의 추세도 강화됐다. 국제 분야에서는 한국의 경제적, 기술적, 규범적 리더십을 발휘하는 공간이 확대됐지만, 미국과 중국의 경쟁 심화와 남북관계의 불안정성 속에서 대내외적 위협도 증가했다. 국력이 지속해서 상승할 것인지, 한반도의 평화가 유지될 것인지 절박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우리의 과거는 모두 부정적이지는 않지만 잘한 것을 축하할 만한 여력이 없다. 과거를 반면교사 삼아 새롭게 만들어야 할 미래가 너무 멀게 느껴져서 그렇다.


예를 들어, 전문가들은 자유롭고도 고립되지 않는 개인들이 많아지려면 가족구성권, 차별금지법, 사회수당, 탈시설 지원법 등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그러나 이런 노력을 실현할 정치적 주체가 보이지 않는다. 어디에서든 안전하고 건강하게 살려면 주거환경이 돌봄과 건강, 자연환경의 보존 중심으로 전환되고, 지역 간 인프라 격차를 해소해야 한다. 정부 부처 중 이런 방향의 정책을 추진하는 곳은 눈에 띄지 않는다.


다양한 지역사회의 공존과 발전을 이루려면 지역 민주주의와 자율성을 확대해야 한다. 그 실천 과제로 특정 정당의 지역 독점을 해소하고 지역 정당이 출현할 수 있도록 정당법을 개정해야 한다. 새로운 한반도를 상상하려면 두 국가의 정부뿐 아니라 다수의 하위 정치 주체들(예를 들어 시·도 등)이나 지역 시민사회까지 포괄하는 대화의 주체들이 나서야 하는데, 이런 진전은 요원하기만 하다.


그나마 교육부가 최근 지역과 대학의 자율성을 강화하겠다고 하거나, 국회가 대-중소기업 상생을 위해 납품단가 연동제 법안을 통과시킨 것은 잘한 일이다.


올해는 각자 바라는 미래를 실현하는 힘이 자라나길.


- 출처: 한겨레

https://www.hani.co.kr/arti/opinion/column/1075770.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