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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보도

[매일경제] 5분 저녁체조와 미래

작성일 : 2023-01-31 작성자 : 국회미래연구원

	


[세상사는 이야기] 5분 저녁체조와 미래


글. 김현곤 국회미래연구원장



아내와 나는 구식인 면이 있다. 모바일이 대세인 시대에 아직도 TV로 저녁 9시 뉴스를 본다. 잘 요약된 그날그날의 주요 소식을 생동감 있게 볼 수 있어 좋아한다. 그런데 보다 보면 사건, 사고가 대부분이어서 많이 아쉽다. 좋은 뉴스, 따뜻한 뉴스, 감동적인 뉴스가 더 늘어났으면 하는 바람이 크다.


뉴스에 대한 아쉬움은 있지만, 한때는 바보상자라고 비판받던 TV가 쓸모와 혜택이 은근히 크다는 걸 느낀다. 요즘은 수백 개의 TV 채널이 있어 각자가 선호하는 콘텐츠를 마음대로 골라 볼 수 있는 재미도 제법 쏠쏠하다. TV를 보다 보면 전 세계가 참 가까워졌다는 것도 체감할 수 있다. 원한다면 언제나 세계 각국의 방송도 쉽게 볼 수 있다. 영국 BBC, 프랑스 TV5몽드, 미국 CNN, 일본 NHK, 중국 CCTV를 우리 집 거실 소파에 앉아서 언제든지 즐길 수 있어 감사하다.


올해 연초에는 다른 나라 TV 채널에서 신선한 작은 발견을 했다. 저녁을 먹고는 쉬다가 9시 뉴스 시간이 된 거 같아 소파에 앉았다. 뉴스까지는 아직 10여 분이 남았길래 여느 때처럼 평소에 좋아하는 해외 채널들을 돌려보았다. 그러다 한 채널에서 멈췄다. 늦은 저녁 시간인데도 체조 방송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세 명이 출연해서 두 사람은 서고 한 사람은 의자에 앉은 채로 5분간 건강체조 동작 시범을 보였다. 의자에 앉아 시범을 보이는 것은 아마도 노인 시청자들을 위한 배려가 아닌가 싶었다. 반사적으로 나와 아내도 소파에서 일어나 체조 동작을 따라했다. 5분밖에 안되는 짧은 맨손체조인데도 하고 나니까 한결 몸이 개운해졌다. 잠도 더 잘 올 거 같았다.


TV를 통한 5분 체험이었지만 참 좋은 시간이었다. TV조차도 이런 식으로 사람들의 건강에 기여할 수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 이후로 거의 한 달이 지났지만, 아내와 나는 지금도 저녁 8시 50분이면 그 체조 방송을 보면서 5분간 건강체조를 따라하고는 9시 뉴스를 본다. TV 덕분에 몸을 더 건강하게 만드는 5분 저녁체조 습관이 올해부터 새로 생긴 셈이다.


늘 접하는 거여서 우리가 잘 못 느끼지만, TV나 휴대폰 같은 미디어가 우리 삶에 미치는 영향력은 생각보다 훨씬 큰 것 같다. 사람들이 TV와 휴대폰을 보는 시간이 매일 평균 3~5시간이나 되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적어도 하루 시간의 10%, 많게는 20% 이상을 차지하는 것이다. 우리는 이렇게 인생의 10~20%를 TV 또는 휴대폰과 함께 살아가고 있다.


그렇다면 미디어 콘텐츠의 제작자도 수요자도 어떤 콘텐츠를 만들고 이용할지 진지하게 재점검해보는 게 좋겠다. 사건, 사고 중심의 부정적인 뉴스를 내보내는 비중이 높을수록 사람들은 사건과 사고 관련 정보에만 지속적으로 노출되게 된다. 반대로 매일 즐거운 뉴스, 따뜻한 뉴스, 감동적인 뉴스를 많이 내보내고 접하게 되면 우리 사회의 분위기도 한결 좋아지고 사람들의 마음도 더 밝아지지 않을까?


인생은 습관이고 운명조차도 습관이 좌우한다고 한다. 이는 개인도 사회도 마찬가지다. 단순히 TV를 보고 휴대폰을 쓰는 것이라고만 생각할 수도 있지만, 매일매일 미디어를 이용하는 그런 작은 습관이 모여 나의 인생과 우리 사회의 미래를 만드는 게 아닐까? 그런 점에서 미디어의 수요자로서 우리 삶을 더 건강하고 행복하게 하기 위해 어떤 콘텐츠를 많이 보는 것이 좋을지 다시 한번 생각해보면 좋을 거 같다.


아내의 올해 목표에는 건강, 여행, 예술 감상이 들어 있다. 매일 1시간 이상 걷고 여행을 다니고 미술과 음악이 있는 곳을 방문하게 될 것이다. 올해부터는 거기에 더해 집에서 함께 TV를 보면서 건강 증진과 여행과 예술 감상을 하는 시간도 더 가지기로 했다. 연초에 TV를 보면서 얻은 새로운 수확이다.


- 출처: 매일경제

https://www.mk.co.kr/news/contributors/106210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