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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보도

[매일경제] 체육이 교육의 0순위다

작성일 : 2023-06-19 작성자 : 국회미래연구원

	

[세상사는 이야기] 체육이 교육의 0순위다


글. 김현곤 국회미래연구원장


교육에 있어 한국이 세계에서 가장 앞선 것 중 하나가 선행학습이다. 선행학습을 통해 학생들은 다음 학년에서 공부할 내용을 미리 배운다. 초등학교 4학년이면 5학년, 6학년에서 공부할 내용을 앞서 학습한다. 중·고등학교에서 배울 내용까지 선행학습하는 경우도 있다. 이게 정상일까? 독일의 초등학교 입학 안내 통지문에는 '입학 전에 읽기, 쓰기, 계산법을 가르치지 마세요'라고 적혀 있다고 한다. 선행학습을 당연시하는 우리는 독일이 왜 그렇게 하는지 자문해볼 필요가 있다.


EBS의 조사에 따르면 대한민국 학생들은 대부분 힘들어한다. 자신들이 공부를 너무 많이 하고, 공부가 제일 피곤하다고 한다. 그런데도 선행학습까지 해야 한다. 최근 학교 교육에 관해 기쁜 소식이 전해져 왔다. 부산 지역 초·중·고교에서 올해 초부터 '0교시 아침운동'을 시작했다고 한다. 1교시를 시작하기 전에 운동을 해서 활력과 체력, 인성을 키우자는 취지로 부산교육청이 도입했다. 일주일에 1회 이상 전교생이 아침에 20분 이상씩 운동을 하겠다고 신청한 학교에는 예산 1000만원을 지원한다. 도입 형태는 학교마다 자율적으로 실시해서 다양하다. 예를 들어 월·수·금 3일간 운동장을 한 바퀴씩 걷는 학교도 있고, 전교생이 단체 체조를 하는 학교도 있다.


부산의 '0교시 아침운동'에 대한 열기가 뜨겁다. 부산 지역 600여 개교 중 벌써 300곳을 훌쩍 넘었다. 학생들이 좋아한다. 학부모들도 반기고 있다. 체력이 좋아지고 공부 집중력도 높아지며 교우 관계까지 좋아질뿐더러 학생들이 더 밝아지고 있다는 중간평가다.


충남과 세종을 포함한 다른 시도에서도 부산의 아침운동을 벤치마킹하고 있다. 경기도도 '등굣길 아침운동'을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부산에서 시작된 학생 아침운동이 전국으로 확산될 분위기다. 이참에 전국의 모든 학교가 아침운동을 도입해 계속하기를 간절히 바란다.


우리나라는 초·중·고에서 체육 시간이 너무 적다. 학교 교육은 체덕지(體德智)를 지향해야 하는데 지금 우리의 상황은 지지지(智智智)다. 성적 관리도 중요하지만 건강 관리는 훨씬 더 중요하다. 그런데도 우리는 아이들의 건강 관리와 체력 관리에 너무 소홀하다. 오로지 공부에만 신경 쓴다. 이제는 여기에서 벗어나야 한다.


체육은 신체뿐만 아니라 정신까지 건강하게 만든다. 신체적 건강과 정신적 건강은 우리 인생의 토대 중 토대다.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고 한다. 어려서부터 체육을 통해 자신을 건강하게 하는 활동을 습관화해야 한다. 체육은 건강 외에도 활력과 체력, 인성과 창의성, 끈기와 협동심을 길러준다. 체육은 뇌도 활성화시켜 준다. 뇌에조차 선행학습보다 체육이 더 이롭다.


인공지능 시대가 빠른 속도로 달려오고 있다. 지식과 지능에 기초해서 사람들이 해오던 일과 활동의 많은 부분을 인공지능이 대신해줄 것으로 예상된다. 인간의 입장에서 보면 인공지능 시대는 역설적으로 지능보다는 인문학과 체육이 더 필요한 시대다.


인공지능 시대에 아이들에게 체육과 건강은 뒷전으로 미루고 지식만 선행학습을 시키는 것이 정말 필요할지 진지하게 물어야 한다. 이제부터라도 체육이 학교 교육 0순위가 되어야 한다. 아이들의 긴 인생을 위해서라도 선행학습보다 체육을 선행해야 한다.


나비효과라는 이론이 말해주듯이, 작은 나비의 날갯짓에 따른 영향이 갈수록 증폭돼 먼 곳에서 태풍을 일으킬 수도 있다. 매일 20분밖에 안 되는 시간을 투자하는 학교 아침운동이 어쩌면 산을 옮기는 것보다 어렵다는 대한민국 교육 개혁을 위한 작은 씨앗이 될 수도 있다는 희망을 품어본다.


- 출처: 매일경제

https://www.mk.co.kr/news/contributors/107619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