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융합 세계는 거품인가 혁신인가?
B2C에서 B2B, 아바타 놀이터에서 기계학습 공간으로 가치이동
- 거품론과 AI 전환이라는 도전 속, 정책 재설계로 산업 혁신 기회 찾아야 -
국회미래연구원(원장 김기식)은 6월 25일(수)에 연구보고서 「가상융합 산업정책 개선방안: AI 전환과 가치이동을 중심으로」를 발간했다. 보고서는 거품론이 제기되는 동시에 AI 전환(AI Transformation)이라는 새로운 전환기를 맞고 있는 가상융합 산업의 현황을 분석하고, 가상융합산업이 AI와의 결합을 통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재설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가상융합 시장규모는 2024년 1,097억 달러에서 2030년 약 9,861억 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예측되는데, 연평균 성장률은 약 43.4%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가상융합 시장에 대한 거품론도 제기되고 있다고 보고서는 언급했다. 메타버스에 대한 온라인 검색량은 정점 대비 약 90% 이상 급감했고, 국내 VR과 AR 산업 매출액은 2023년에 전년 대비 33.5%가 감소했으며, 수출액은 67%가 급감했기 때문이다.
사용자들이 가상융합세계에 로그인(Log in)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보고서는 가상융합 혁신이 사용자에게 차별화된 경험 가치를 제공하지 못하고, 고비용 투자가 경제적 가치 창출로 연결되지 않는 기술-경험-경제 간 불균형에 있다고 분석했다. 보고서가 인용한 사례에 따르면, 2022년 1월 세계 최초의 공공 메타버스 플랫폼으로 도입된‘메타버스 서울’은 타임지에서 선정한 2022년 200가지 혁신적인 발명품에 포함될 정도로 혁신성을 인정받았으나, 2023년 5월 기준 누적 다운로드 수는 서울시 인구의 0.2% 수준인 1만 8,800건에 그쳐 결국 2024년 10월에 서비스를 종료했다. 동계 청소년 올림픽을 위해 2024년 1월 출시된‘버추얼 강원’은 올림픽 최초의 메타버스로 주목받았으나, 서비스 개시 두 달여 만에 종료했는데, 설문조사(MS Today, 2024)에서는 응답자의 89.2%가 메타버스 사업에 대해“세금낭비 사례, 다시는 이런 일이 있어서는 안된다”고 응답한 점도 보고서는 언급했다.
보고서는 가상융합 산업을 둘러싼 거품론과 함께 현재 AI의 급속한 발전이 가상융합 산업의 구조적 변화를 촉발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자연어 프롬프트(Prompt)로 가상융합 환경을 즉시 생성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어 가상융합 환경 제작을 위한 시간과 비용이 획기적으로 줄어든다는 것이다. 또한, AI로 가상융합 공간에서의 상호작용이 단순한 '아바타-아바타' 연결에서 '아바타-AI 에이전트'로 발전하고, 더 나아가 'AI 에이전트-AI 에이전트' 간의 자율적 상호작용으로까지 확장되고 있음을 언급했다. 이와 관련하여 보고서는 엔비디아의‘라떼 3D’나 구글 딥마인드의‘지니’처럼 텍스트 입력만으로도 정교한 가상 환경이 구현되고 있고, 알테라(Altera)의‘프로젝트 시드(Project Sid)’에서 1,000개의 AI 에이전트가‘마인크래프트’라는 가상세계에서 자발적으로 직업을 선택하고 경제체계를 구축한 사례를 소개했다.
또한, 보고서는 가상융합 산업의 가치이동 현상을 분석했다. B2C(Business to Customer) 부문에서 가상융합 산업은 승자독식의 양극화 구조를 형성하면서 고도화하는 방향으로 진화 중이라면서, 국내 가상융합 플랫폼들은 서비스를 종료 중인 것과 반대로, 포트나이트, 로블록스 등 글로벌 선도 플랫폼들은 지속성장하며 가치를 창출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예컨대 2024년 11월 포트나이트의‘리믹스: 더 피날레’가상 콘서트는 사상 최대 규모의 관객 수인 1,400만 명을 기록했으며, 2024년 로블록스(Roblox) 창작자들은 약 9억 2,300만 달러의 수익을 올렸는데, 이는 전년 대비 25% 증가한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보고서는 가상융합세계가 B2B(Business to Business) 영역에서 기계가 학습하고 훈련하는 공간으로 재정의되면서 진화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대표적인 사례로 구글의 웨이모가 가상융합공간인‘시뮬레이션 시티’에서 160억 마일의 가상주행을 실시한 것을 언급했는데 이는 지구에서 태양까지 50번 왕복하고도 남는 거리이며, 하루 25,000대가 800만 마일을 달리는 수준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B2B 관점에서 가상융합 공간의 활용처는 자율주행차를 넘어 로봇을 포함한 움직이는 모든 것들의 학습 공간으로 진화하고 있다면서, 가상공간에서 공정을 미리 설계하고 시뮬레이션해 최적의 조건으로 공장을 구현하는 폭스콘의 사례도 제시했다. 그리고 B2B 시장은 기업의 대규모 투자능력과 지속적 기술 도입 필요성으로 인해 안정적이고 예측 가능한 시장을 형성하고, 특히 로봇 훈련 등 특수 영역에서 물리적 실험 비용 절감이라는 명확한 경제적 가치를 제공한다고 덧붙였다.
보고서는 가상융합 산업정책 개선 방안 세 가지를 제시했다.
첫째, “AI 기반 가상융합 정책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면서, AI 융합을 기반으로 한 가상융합 기본계획 수립과 함께, AI 기본계획과의 유기적 연계를 위한 전략 협의체 구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둘째, “가상융합 산업의 가치이동을 반영한 정책 재설계가 필요하다”며, B2C에서 B2B 중심으로의 정책 전환을 통해 가상현실 통합 훈련장 구축을 지원하고, 세계 1위 로봇 밀도를 보유한 한국의 제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가상융합 공간을 전략적으로 활용할 것을 제안했다.
셋째, “AI 융합 기반 특수목적형 가상융합 플랫폼 구축과 정책 거버넌스의 재설계가 필요하다”면서, AI 분석 결과를 가상융합 공간에서 시각화하고, 사전 검증하여 AI 단독으로는 불가능한 차별화된 가치를 창출하여, 이를 재난, 산업안전, 의료 등 특수목적 분야에 활용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또한, AI-가상융합-로봇의 시너지 창출을 위한 정책 거버넌스 조정의 필요성도 덧붙였다.
보고서를 작성한 이승환 연구위원은“가상융합세계는 아바타의 놀이터에서 움직이는 모든 기계의 학습 공간으로 진화하고 있다”고 강조하면서, “가상융합 산업은 거품론과 AI 전환이라는 이중적 도전 속에서 정책 재설계를 통해 혁신의 기회를 찾아야 하고, 특히 로봇 밀도 1위인 한국의 제조 경쟁력 강화 기반으로 가상융합 공간을 전략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