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훈 거버넌스그룹장외 4인은 지난 2004년부터 보건복지부를 주축으로 한 제1차 자살예방 5개년 종합대책을 시작으로 자살예방을 위한 여러 정책이 시행됐지만 큰 효과를 얻지 못한 것에 대해 자살방지와 자살위험 억제에 초점을 둔 기존 접근의 문제점이자 한계라고 지적했다. 자살자를 사회 부적응자로 취급하거나 자살을 막지 못한 유가족에게 죄책감을 갖게 하는 것도 잘못임을 설명하며 기존의 상식화된 접근과 안이한 행정적 접근 방식에 대해 개선을 요구했다.
박 그룹장은 자살을 개인 차원으로 접근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며 개인 중심이 아닌 ‘사회적 자살률’에 집중할 것을 강조했다. 자살률은 해당 국가의 국민통합 정도를 이해할 수 있는 대표적인 사회지표로 연대와 결속, 공동체성으로 이루어지는 ‘사회의 힘’의 정도를 보여준다. 사회의 힘이 더 강해져야 자살률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개개인에 집중한 자살위험 요인 제거와 관리, 정신적 문제에 대한 의료적 접근만으로는 높은 자살률에 대응하기 어려우며 안전망 확충에서 불공정한 노동시장 개선에 이르기까지 사회경제 정책의 토대 위에서 자살예방 정책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주장이다.
해외 자살예방 성공사례로 분류되고 있는 나라의 공통점은 각 나라의 자원과 환경에 근거해 접근해 사회 통합적 노력을 기울였다는 것이다. 핀란드는 사회보장정책을 기초로 한 심리 종합적 접근인 심리부검정책을 개발해 대응했고 덴마크는 다각적 관점에서 복지지원정책을 세분화해 추진했다. 일본은 행정부처의 체계적인 노력과 정책적 관심이 이끌어낸 PDCA(Plan-Do-Check-Adjust) 순환방식을 구현했다.
실제로 1985년과 비교하여 덴마크는 10만 명당 28.6명(7위)이 자살하는 국가에서 2017년 9.4명(26위)으로 감소해 큰 변화를 보였다. 일본의 경우 1990년대 후반 매우 높은 자살률을 기록했으나 2019년 일본의 전체 자살 건수는 10년 연속 감소세를 이어가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후생노동성 「2020년 자살예방대책백서」). 반면, 한국은 1985년 11.2명(23위)의 저자살률 국가에서 2017년 23.0명(1위)으로 상승해 높은 자살률을 보였다.
박 그룹장은 “자살에 대한 인식 전환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정작 우리가 기댈 수 있는 사회적 제도는 물론이고 누구보다 큰 아픔을 겪는 유가족ㆍ사별자에 대한 정책도 부족한 것이 현실”이라면서 ”국가나 사회가 개입할 지점을 찾아내고 이를 위한 사회적 합의, 법 개정, 제도 정비 및 연구와 조사, 기획과 실무 등 여러 차원이 유기적으로 결합해야 자살률 감소가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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