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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정미] 중견국의 흥망성쇠와 과학기술외교

작성일 : 2022-04-13 작성자 : 통합 관리자

중견국의 흥망성쇠와 과학기술외교 글. 차정미 국회미래연구원 국제전략연구센터장 2022.04.13


중견국의 흥망성쇠와 과학기술외교


패권의 부상과 쇠락의 주기를 500년의 역사를 통해 조망한 폴케네디의 저서 <강대국의 흥망. the Rise and Fall of the Great Powers>은 강대국의 부상과 쇠락의 주요한 요소로 기술혁신과 불균등 경제성장을 강조하였다. 모델스키와 톰슨도 글로벌 리더십 변화의 주기가 기술변화의 주기와 밀접히 연계되어 있다고 주장하면서 선도기술 주도를 패권부상의 주요한 요소로 강조하였다. 18세기 후반 시작된 산업혁명이 영국과 유럽의 부상을 이끌었다면, 19세기 후반 20세기 미국의 부상 또한 기술혁신이 주요한 동력이었다고 할 수 있다.

한편 중국의 저명한 경제학자인 후안강은 1800년대 초까지 세계 1위의 경제 대국이었던 중국의 쇠락에 기술혁신, 산업혁명의 부재가 주요한 원인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중국은 1, 2차 산업혁명 기회를 연속적으로 놓치면서 급격히 쇠락하였고, 1820년 세계 GDP의 3분의 1을 차지했던 중국경제는 1950년 20분의 1에도 못 미치는 수준으로 하락했다는 것이다. 이렇듯 강대국의 흥망에 기술혁신이 밀접히 연계되어 있다는 인식은 강대국 경쟁에서 기술우위의 중요성을 지속적으로 환기시키고 있다. 최근 새로운 산업혁명의 도래라는 담론의 확산과 함께 인공지능, 우주기술, 바이오기술 등이 미래 질서를 주도할 신흥기술로 주목받으면서, 강대국들은 또다시 이러한 신흥기술 우위를 목표로 한 치열한 기술패권경쟁을 확대해 가고 있다.

이러한 강대국들의 신흥기술 경쟁 속에서 과학기술외교(science diplomacy)가 핵심 화두로 부상하고 있다. 미국은 바이든 정부 출범 이후 미국 외교의 현대화를 위해 국무부에 핵심 신흥기술 특사와 사이버공간 디지털정책국을 신설하기로 하였고, 신흥기술 특사는 기술 외교와 파트너십 아젠더를 핵심임무로 한다고 밝히고 있다. 미국 국가과학재단(NSF) 또한 미국의 글로벌 과학기술 리더십 유지를 위해 민주주의 국가들과의 기술협력 확대를 주요한 의제로 설정하고 있다. 2021년 EU는 EU 과학 외교연맹(EU Science Diplomacy Alliance)을 출범시켰고, NATO의 동맹국들이 신흥기술 분야 혁신파이프라인을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중국 완강(万钢) 과기부장관이 2018년 전국과학기술업무회의에서 “과학기술외교가 국가 전체외교전략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고 강조한 것은 중국특색의 대국 외교에 있어 과학기술 외교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중국은 2018년 ‘일대일로 국제과학조직연맹’을 창설하여, 아시아, 아프리카, 유럽, 남미 및 오세아니아의 50개 국가 및 지역으로 회원국을 확대해 가고 있으며, 2021년 말 ‘과학기술진보법’을 개정하여 국제과학기술협력 조항을 신설하고, 우수한 해외과학기술인에게 영주권과 국적 취득 우선권을 주는 등 글로벌 인재 유치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중견국은 어떻게 부상하고 어떻게 쇠락하는가? 기술혁신과 연계된 흥망성쇠의 주기는 단순히 강대국의 역사만은 아니다. 그리고 새로운 산업혁명의 도래와 국제질서의 변화라는 전환적 시대를 맞이하고 있는 것 또한 단순히 강대국들 만은 아니다. 한국이 1953년 세계 GDP 순위 109위에서 2020년 10위로 부상하는 동안 중견국의 위치에서 멀어져간 국가들도 존재한다. 앞으로 70여년이 지난 21세기 말 한국의 GDP 순위가 20위로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기술혁신과 국제질서 변화가 동시에 전개되는 대전환의 시대, 한국을 포함한 중견국들 또한 급격한 질서 변화의 한가운데에 자리하고 있다.

인공지능, 바이오 기술, 우주기술 등 핵심 신흥기술 주도와 우위의 문제는 단순히 강대국 경쟁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다가오는 미래 중견국의 부상과 쇠락 또한 신흥 기술혁신과 과학기술 외교가 주요한 영향요소라고 할 수 있다. 미래 질서변화와 국력 변화의 가능성에 주목하고 선제적이고 종합적인 전략을 전개하고 있는 강대국들의 경쟁은 비단 강대국만의 과제는 아니다. 강대국들이 치열하게 전개하고 있는 기술혁신과 과학기술외교는 한국이 중견국으로서 미래 50년, 미래 100년의 부상과 발전을 지속하는 데 주요한 요소라고 할 수 있다. 경쟁과 균열이 심화되고 있는 오늘날의 국제질서 변화에 대한 정확하고 면밀한 분석을 토대로, 미래질서를 보는 중장기적이고 선제적인 관점에서,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기술 혁신전략과 과학기술 외교 전략을 구상해야 할 때이다.


국회미래연구원 부연구위원 차정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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