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환경제 : 지속가능한 사회로의 전환에 필요한 원칙
글. 김은아 국회미래연구원 부연구위원
2020. 11. 05.
순환경제 : 지속가능한 사회로의 전환에 필요한 원칙
최근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면서 배달 포장지와 일회용품 사용이 급격히 늘어남에 따라 폐기물 문제가 또 하나의 이슈로 등장하고 있다. 감염병 확산을 방지하고 비대면 방식에 적응하니 이제 두더지 잡기 게임처럼 다른 문제가 불쑥 등장한다. 이러한 문제의 시초를 들여다보면 현재의 선형경제 시스템을 만난다. 선형경제 시스템은 자원채굴→생산‧조립→유통‧소비→폐기로 구성된 경제체제며, 경제성장이 진행될수록 자원의 사용이 늘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로 되어 있다. GDP가 증가할수록 자원사용량은 증가하며, 사용된 자원의 20%는 폐기물로 배출되어 환경에 부담을 준다. 기후변화 또한 이러한 선형경제 시스템 안에서 성장 지향적으로 살아온 부정적 결과로 볼 수 있다. 기후변화를 최소화하고 지속가능한 사회로 전환하기 위해서도 기존의 선형경제 시스템에서 벗어나야 하며, 삶의 방식과 생각의 전환이 필요해 보인다.
선형경제와 반대되는 순환경제(circular economy)는 기존의 선형적 경제모델과 대비되는 개념으로, 원료 투입량과 폐기물, 배출 오염물, 에너지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물질과 에너지가 순환하는 시스템을 뜻한다. 순환경제 개념은 1966년 Boulding이 당시 경제시스템을 지속하는 경우 지구의 수용 능력 한계를 맞이할 수밖에 없다는 현실을 지적한 것에서 시작한다. 그 개념을 이어받아 1989년 Pearce and Turner는 생태계가 생산·소비 경제활동을 가능하게 하는 원료를 제공할 뿐 아니라 폐기물의 처분소라는 관점을 도입하여 우리가 지속가능한 방법으로 유한한 자원을 사용하고 폐기물을 자원화해야 할 필요성을 환기시켰다.
순환경제는 환경·생태적인 관점에서뿐만 아니라 경제적 관점에서도 인간의 필연적인 선택이 될 수밖에 없다. UNEP 분석결과에 따르면 2017년 기준 전 지구의 자원사용량은 9억 톤이고, 2050년도 자원사용량은 2015년도 사용량의 2배 이상이 될 것으로 내다보았다. 현재의 추세를 지속하는 경우 자원의 수요량이 공급 가능량을 크게 웃돌고 둘 사이의 차이가 점차 벌어져 원자재 공급 안정성에 큰 타격이 올 예정이다. 자원 빈국인 우리나라의 경우 그 타격이 더 치명적으로 올 수 있어 이에 대한 대비가 시급하다.
한편, 성장동력이 고갈되고 있는 일부 선진국에서는 순환경제를 그린뉴딜의 중요한 전략으로 삼아 일자리 창출과 GDP 상승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유럽의 그린딜에서는 순환경제를 중요한 요소로 다루고 있으며, 지역별 순환경제 목표를 별도로 설정한 국가도 존재한다. 순환경제는 기존과 다른 경제활동을 수반하므로 그와 관련한 일자리와 수입이 창출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일 수 있다. 중요한 것은 기후변화 대응전략과 마찬가지로 순환경제로의 전환 시기에 사라지는 일자리와 산업에 대한 준비를 고려할 때 정의로운 전환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에서도 순환경제 관련 정책이 존재한다. 1986년에 제정된 「폐기물관리법」에서 재활용과 관련한 내용이 일부 다뤄지다가 2016년 「자원순환기본법」 제정으로 ‘순환’의 개념이 법에 반영이 되기 시작하였다. 그러나 여전히 국내의 ‘순환경제’는 폐기물 자원화 중심의 정책이며, 유럽의 몇몇 국가와 같이 사회·경제적 전환의 주요 축으로 자리하고 있지는 않다. 올해 발표한 우리나라의 그린뉴딜에도 순환경제 내용이 일부 포함되어있으나 본질적인 개념이 드러나지는 않았으며 순환경제와 연계될 수 있는 키워드를 발견할 수 있는 수준이다.
궁극적으로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은 순환경제를 폐기물 자원화에 집중한 모듈화된 프로그램 또는 사업 아이템으로 바라보기보다 다양한 경제·사회 전략의 원칙 또는 철학으로 받아들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컴퓨터의 운영시스템에 비유할 수 있겠다. 특히 기후변화, 인구변화, 도시화, 4차산업혁명 등 지역의 환경변화에 따라 주택 수요 관리, 에너지·물 관리, 폐기물 처리, 빈민층 지원 등 변화에 대응하는 전략이 필요하며 이때 순환경제는 지속가능한 지역사회로의 전환을 이끄는 원칙이자 운영시스템이 될 수 있다.
원칙과 철학으로서 순환경제는 손에 잡히지 않는 탁상공론으로 들릴 수도 있다. 공허한 이론에 그치지 않고 우리 생활에 녹이기 위해서는 실험이 필요한데 지역 정부의 재정적 지원과 제도적 뒷받침 하에 변화의 가능성을 실험해볼 수 있을 것이다. 유럽에서 다양한 지역 단위 순환경제 이니셔티브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지역은 혁신실험의 장이 될 수 있다. 이때 변화의 이해당사자인 시민, 기업, 지역 정부의 참여가 중요하며, 그들은 각 지역의 기후환경, 경제·사회적 여건에 대한, 때로는 공개되지 않은, 데이터에 근거하여 지역의 지속가능성 향상을 위하여 변화가 시급한 영역을 발굴하고 지역순환 경제 전환의 기회 또는 방해 요소가 될 수 있는 사회기반환경을 분석할 수 있다. 이렇게 이해관계자의 참여가 수반될 때에 순환경제 사업의 객관적 성과를 얻을 뿐만 아니라 그 과정에서 사회구성원의 인식이 점차 선형경제에서 순환경제로 점진적으로 바뀔 수 있다고 생각한다.
김은아
국회미래연구원 부연구위원
前한국화학연구원 화학안전연구센터 센터장
前이화여자대학교 환경공학과 연구교수
Stanford University 환경공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