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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고문은 국회미래연구원의 공식적인 견해와 다를 수 있음을 밝힙니다)
[이선화] 부동산 문제 해결을 위한 보유세 개편방향 제언

작성일 : 2019-11-14 작성자 : 통합 관리자



부동산 문제 해결을 위한 보유세 개편방향 제언


글. 이선화 국회미래연구원 연구위원(lsh@nafi.re.kr)


주거비와 교육비는 우리나라 가계가 가장 부담을 느끼는 지출항목이다. 부동산과 교육문제는 현재의 살림살이를 꾸려나가기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기도 하지만 한국사회에서는 소득과 부의 대물림을 통해 계층간 이동성을 악화시키는 통로로 작동한다. 그만큼 불공정성에 대한 사회적 불만과 미래세대의 좌절이 가장 크게 분출되는 부문이기도 하다. 부동산 문제에 국한하여 현상을 살펴보자. 대부분 국가는 자가보급이나 공공임대정책을 지렛대로 주거정책의 균형을 맞춘다. 도시화율이나 인구밀도, 사회정책의 역사 등 주거정책의 여건에 따라 차이는 있으나 자가점유율을 높이거나 공공임대를 확대하는 방식으로 가계의 주거안정성을 확보하는 것이다. 도시화율이 높은 국가는 공공임대 보급률이 높은 반면 자가점유율이 낮고, 그렇지 않은 국가들은 자가점유율을 통해 주거를 안정화하는 식이다. 그런데 한국은 이 두 지표 모두가 낮은 예외적 국가에 속한다. 한국의 자가점유율은 약 54%로 비교대상인 21개국 평균(70%)에 비해 현저히 낮고, 공공임대재고율 역시 6%대로 다른 나라(21개국 평균 9%)에 비해 낮은 수준이다. 독일의 경우 공공임대율이 한국보다 낮지만, 민간임대주택에 대한 공공규율이 강하기 때문에 실상은 지표와 크게 다르다.



자료: OECD, Questionnaire on Affordable Housing Database

(* 일본과 스웨덴은 장기공공임대주택 재고율 자료임)



높은 인구밀도와 도시화율을 감안하면 한국은 두 지표 가운데 임대주택의 공공성을 높이는데 주거정책의 초점을 맞추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런데 부동산정책이 해결해야 하는 것은 비단 주거 불안정성 해소에 그치지 않는다. 금리인하와 주택공급정책 실패에 따른 주택가격 변동성 상승은 소득계층 간, 현재세대와 미래세대간 자산의 불평등도를 심화시키게 된다. 최근 부동산시장 과열에 따른 소득 대비 주택가격 비율(PIR, price to income ratio)의 상승폭은 고소득층보다 저소득층에서 훨씬 높게 나타났다. 집을 마련할 여건이 되지 않는 학생·청년층과 중장년층, 집을 보유한 세대와 미보유세대 간 자산보유 격차 또한 확대되었으며 주택소유 여부에 따라 계층간·세대(generation)간 갈등과 상실감도 증폭되었다.

부동산가격 폭등기에 제시되는 다양한 정책 가운데 보유세제(우리나라의 경우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 개편은 가격안정화를 통해 자산불균등도를 완화하기 위한 종합적인 방편이라 할 수 있다. 아쉽게도, 지난 해 정책당국이 내놓은 보유세 해법은 시장참가자들의 유인구조를 바꾸는데 실패했다. 시장의 관문을 통과하지 못한 정책은 정책불확실성에 따른 일정한 잠복기를 거쳐 시장 변동성을 가중시키는 효과를 발생시킨다.

세제개편의 방향성 확인을 위해 보유세 실효세율(자산가격 대비 세수)을 비교해 보면, 한국의 보유세율은 OECD 주요국가의 3분의 1 수준에 지나지 않는다. 다른 나라에 비해 비정상적으로 높은 취득세율을 포함하여 계산하더라도 한국의 부동산 자산과세 세율은 다른 나라의 3분의 2에 불과하다. 다주택자 및 고가주택 보유자를 ‘핀셋’으로 겨냥한 종합부동산세 개편으로는 주택보유에서 발생하는 수익률, 보다 정확하게는 수익률에 대한 기대감을 안정화시키는데 효과적이지 않다. ‘핀셋’ 정책의 배경에는 부동산가격 상승을 ‘다주택자’에 의한 ‘투기적’ 행위의 결과물로 규정하고 보유세를 ‘투기’에 대한 윤리적 단죄의 수단으로 휘두르려 한 정책당국의 인식이 작용한 것은 아니었을까?




구분 (2015년)

대상 국가수

OECD 평균

(한국 제외)

한국

GDP 대비 부동산 시가총액 : 민간

14

3.675배

5.108배

전체 부동산시가 대비 토지분 : 민간

12

41.28%

60.58%

민간보유 부동산 시가총액 대비

보유세율

14

0.435%

0.156%

부동산 자산세율(보유세+거래세)

10

0.561%

0.367%

자료: OECD 및 국가별 통계 사이트에서 직접 계산


부동산세제, 특히 보유세는 매년 부과되는 경상조세이자 1,400만에 달하는 대상세대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조세개혁을 위한 여정은 매우 험난할 수밖에 없다. 그만큼 개혁을 단행할 때에는 경기조절과 같은 목표에 매몰되기보다는 조세의 기능적 측면과 장기적 효과에 대한 숙의가 필요하다. 필자가 바라보는 보유세 개편의 기본방향은 다음과 같다.


첫째, 자산가격 대비 평균 세부담률은 현재보다 높이는 것이 가격안정화 뿐만 아니라 소득과세에 대비한 조세 형평성에 부합된다. 보유세 개편에 따른 부동산 세부담 인상은 취득세 평균세율 인하로 일정부분 상쇄시킬 필요가 있다. 또한 주택가격 구간별로 기형적으로 차등화되어 있는 취득세율은 단일세율 또는 초과누진구조(과표구간 초과분에 대해서만 누진율을 적용)로 합리화되어야 할 것이다.


둘째, 기능별 조세의 세부담은 납세자에게 투명하고 직관적으로 이해되어야 한다. 현재 보유세는 재산세와 종부세로 이원화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부동산의 유형, 보유부동산의 지역별 분포(재산세), 주택보유채수 등에 따라 다르다. 과세당국 입장에서도 정책목표 달성을 위해 세제개편을 하더라도 그 효과성과 기능에 대해 정확한 가늠이 쉽지 않다. 문제 해결의 출발점은 재산세와 종부세를 단일 세목으로 개편하는 것이다. 아울러 부동산 유형별 세율 격차를 없애거나 최소화하여, 보유자산 총액을 기준으로 누진세율 체계를 구성해야 할 것이다.


셋째, 토지와 건축물을 포함하여 과세하는 주택단위 과세는 토지자산과 투자자산에 같은 세율을 부과한다는 점에서 주택공급을 위축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지대수익 성격이 높은 토지와 투자자의 노력이 부가된 건축물에 대해 동일한 세율을 부과하는 것은 조세의 효율성과 형평성 기능 모두에 부합되지 않는다. 장기적으로는 상업용과 마찬가지로 주거용 또한 토지에 대해서는 높은 세율, 건축물에 대해서는 낮은 세율로 이원화하여 과세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상 보유세 개편방안이 부동산 문제의 만능 열쇠인 것은 아니며, 그 궁극적 해결을 위해서는 임대주택의 공공성 강화, 주택공급 관련 규제의 합리화, 택지공급 독점문제 해결, 분양제도 개편 등 공급측면 정책의 합리화가 수반되어야 한다.


아쉽게도 세제개혁에 대한 논의의 장은 부동산(특히 주택)시장이 과열되는 시점에 닥쳐 당장의 불을 끄기 위한 정책과세 수단으로서만 활용되고 있을 뿐이다. 부동산가격 안정화가 갖는 사회적 중요성을 생각건대 정책당국은 보유세제의 기본방향을 설정하고 그 원칙을 달성하기 위한 제도설계 방안을 장기적으로 마련해 나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