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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고문은 국회미래연구원의 공식적인 견해와 다를 수 있음을 밝힙니다)
[허종호] 자가격리를 다시 생각해봐야 할 때

작성일 : 2021-09-16 작성자 : 통합 관리자


자가격리를 다시 생각해봐야 할 때


글. 허종호 국회미래연구원 부연구위원


코로나-19의 확산세가 좀처럼 누그러지지 않는 가운데 판데믹 상황은 벌써 1년 6개월을 넘기고 있다. 방역 당국도 소위 “위드 코로나” 대응으로 전환을 꾀하고 있다. 지금까지 코로나-19라는 신종바이러스로 인한 응급적 상황이었다면 이러한 판데믹 상황이 장기화할 것을 상정하고 이에 대한 중장기적인 대책을 마련하려는 움직임으로 볼 수 있다. 그렇다면 현재까지 당장의 대처가 급한 나머지 깊이 생각하지 못하고 밀어붙였던 방역과 대응 정책들을 하나하나 재고해볼 때이다. 감염병 발생 후 검역, 격리조치, 치료 등으로 이어지는 일련의 방역조치는 그 조치의 신속함도 중요하지만 조치의 근거나 절차적 정당성 또한 충분히 갖추어져야 하기 때문이다. 그중의 하나가 자가 격리 관련 정책이다.

환자가 자기 집(자가·自家)에서 알아서 외출을 금하고 외부 접촉을 삼가는 경우를 자가 격리라고 한다. 자가격리 관련 법적 근거는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제41조(감염병환자등의관리), 제42조(감염병에 관한 강제처분) 및 동법시행령 제23조 (치료 및 격리의 방법 및 절차 등)에 근거하고 있다. 2015년 메르스 사태 때 처음 환자들을 격리 치료할 시설이 없어서 자가치료의 개념으로 처음 도입되었다. 당시 자가격리(치료)는 명확한 법적 근거 없이 시민의 자발적 준수에 의존하는 행정지침의 형태로 실시되었고 당시 격리의 적당한 장소가 ‘환자 각자의 집’밖에 없었다. 국민들도 감염병 위기 경험과 인식이 부족하여 자가격리자가 무단이탈하여 지역사회에 감염 확산 위험을 야기시키기도 하였다.

2015년 메르스 사태 때 우리나라의 재난관리 거버넌스와 정부의 방역체계는 위기를 경험하였다. 초동대응의 실패, 컨트롤 타워의 부재, 감염병 환자 등에 관한 정보 차단, 병원감염의 확산 등으로 인하여 우리나라는 아시아에서 가장 많은 186명의 확진자와 36명의 사망자가 발생하였다. 2018년 메르스가 재발생하였으나 큰 피해 없이 종식된 이후, 감염병에 대해서는 “늑장 대응보다 과잉대응이 나은 법”이라는 인식이 확산하였고 코로나19에 대응하는 질병관리청을 비롯한 지방자치단체 등 방역 당국의 대응은 더욱 향상・강화되었다.

방역체계의 정비와 감염병 정보에 대한 관리 방식이 지속해서 보완되었고 감염병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과 관심도 매우 높아졌다.

그러나 메르스 사태 이후에도 지침에 불과한 자가격리 입법화 논의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 자가격리가 법률화된 것은 코로나19가 팬데믹을 일으키기 시작한 2020년 2월 말 이른바 신천지 신도 집단감염 사건 이후에 코로나 3법이 국회를 통과되면서이다.

방역 조치와 같이 기본권을 제한할 여지가 많은 검역・방역 조치를 시행하기 위해서는 사회적 공론화와 의견수렴을 통한 명확한 입법적 근거가 필요하다. 신종감염병의 빈번한 발생은 방역 조치의 근거가 되는 법제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이 허락되지 않는다. 코로나-19와 같은 신종감염병의 경우 사스, 메르스와 다른 병리적 특성이 구체적이고 세부적인 대응 정책 예측 및 수립을 어렵게 한다.

그러나 감염병 대응 체계 및 운영 등과 관련된 제도적 사항은 과거의 경험에서 도출된 문제 검토와 신속한 입법 개선 등에 의해 얼마든지 준비될 수 있다. 위드 코로나 시대를 준비할 때 우선적으로 검토해야 할 문제는 자가격리와 자가검역의 용어 혼선이다. 우리나라의 법률상 검역과 방역은 장소의 차이일 뿐이다. 그러나 보건학 정의상 증상이 있는 환자가 어떤 질병이 진단된 후의 조치인 ‘격리(isolation)’와 전파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할만한 증상은 있으나 확진되기 전에 격리 등의 조치를 취하기 위한 검역을 구분하고 있다. 따라서 현행법률상 ‘자가격리’라고 표현하는 것은 개념상으로는 격리가 아니라 검역이라고 보아야 한다.

두 번째, 밀접접촉자의 정의 및 분류이다. 메르스 당시 밀접접촉자의 정의, 접촉거리, 시간 등의 세부 기준이 불분명하여 현장에서의 격리조치와 검역 업무에 혼란이 가중된 바 있다. 현재 코로나 밀접접촉자에 대한 정의는 (1) 확진자 이동 경로 확인(동 시간대에 같은 장소이용 (2) 사방 2m 이내 밀폐된 공간 상시 근무자 (3)같이 식사한 사람 (4) 수분 (5분) 이상 마주 보며 대화한 사람으로 위 사항에 하나라도 해당이 되면 접촉자(자가격리 대상)로 분류되며 증상 유무에 관계없이 무조건 14일 격리 조치(자가격리통지서발부)된다. 그러나 감염의심자와 확진자가 증가하면 일선 역학조사관이 일일이 모든 사람의 동선에 따른 CCTV를 확인하기 어렵게 된다.따라서 현장에서는 역학조사관의 판단에 따라 밀접접촉자 여부가 갈리게 된다.

아울러 2m 기준인 비말이 아닌 에어로졸로 인한 집단 감염 사례도 발생하고 백신 접종과 관련된 상황이 변화하기 때문에 미국처럼 더욱 구체적인 밀접접촉자 정의에 대한 지속적인 업데이트 함께 역학조사를 감당할 수 있는 역학조사관을 확충하고 경험이 축적될 수 있도록 양성하는 것이 필요하다.

셋째, 자가격리 장소로서 자가가 적절한지 여부이다. 현행 '코로나19 대응 지침'에 따르면 자가격리는 "샤워실과 화장실이 구비된 독립된 공간에 혼자 생활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되, 장애인·영유아의 경우 등 불가피한 경우에는 함께 거주하는 사람 등과 공동 격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과연 우리나라 주거지 중에 혼자만 사용할 수 있는 화장실과 세면대가 있는 주거공간이 얼마나 될까. 가정 내 동선 분리가 어렵다 보니 가족과 동거 중 감염의 위험성이 상존하고 있다. 사적 공간인 집 안에서 다른 가족과 접촉했는지, 개인 물품을 철저히 사용하는지 등을 확인하기 쉽지 않다. 장애인ㆍ영유아인 경우 등 불가피한 경우에는 함께 거주하는 사람 등과 공동 격리한다고 하는데 그럼 활동보조인도 격리를 해야 하는 것인지 등 공동 격리된 사람의 건강권 보호 등의 문제가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 미국도 격리의 장소로 거주지를 사용할 수 있으나 미국 법령의 기본 전제는, 격리 장소의 제공은 정부의 책임이며, 본인의 집에서 자가격리하는 경우 집의 위생 환경이 병원에 버금가는 안전하고 위생적인 환경으로 유지, 관리하도록 하는 것을 요구하고 있다. 미국 CDC 및 WHO는 자가격리 이전에 주 또는 지방보건부의 관리자들과 주거환경이 자가격리에 적당한지, 관련 지침을 따를 수 있는 환경인지 사전에 평가하여야 한다고 권고하고 있다. 자가격리를 강제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먼저 거주지의 안전과 위생을 보건 당국에서 담보하고, 이를 바탕으로 환자의 편의를 위한 거주지 자가격리 이행으로 이어지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 특히, 판데믹같은 상황은 취약계층에 대한 불평등을 초래하기 때문에 아동 및 장애인의 자가격리 시 추가적인 지원이 필수적으로 이뤄질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개인의 기본권 제한과 공중의 보호 간의 균형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코로나-19 상황에서는 “늑장 대응보다 과잉대응이 낫다”는 방역 당국과 국민의 인식이 크게 다르지 않았다. 감염병이 장기간에 걸쳐 전 지역에 광범위하게 지속하고 있는 상황에서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보호하기 위한 정부의 개입 필요성이 높아진 것은 분명하다. 공중보건 조치인 검역・방역 조치는 인신을 구속하기 때문에 기본권 침해를 비롯한 다양한 법적 문제와 연관되어 있다.

과연 확진자가 아니라 확진의 가능성 혹은 감염 가능성이 있는 사람에 대한 기본권을 제한하는 것이 정당한가? 정당하다면 어디까지 제한해야 하는가? 정의되지 않는 위험을 개인의 기본권 제한의 근거로 삼을 경우 국가 권한의 무분별한 확장의 근거가 될 수 있다. ‘감염 가능성이 있는 사람의 기본권은 제한될 수 있다’ 혹은 ‘감염 가능성이 있는 사람의 기본권은 제한되어야 한다’는 것은 규범적 문제이며 신체의 자유를 구속하는 중대한 사안으로 이러한 조치는 환자나 격리자 등에 대한 낙인과 편견을 종종 유발하고 있다. 중요한 것은 국민의 권리와 환자의 인권이 동등하게 보호될 수 있는 균형점을 찾는 것이다. 특히 자가격리에서는 정부가 시행해왔던 검역・방역 조치를 보다 적절한 방식으로 지속할 수 있도록 감염병 대응에 관련된 법적 쟁점과 과제를 검토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감염병의 예방과 관리에 관한 법규의 명확성, 방역 조치의 법적 근거, 해당 조치에 따른 권리의 제한・침해에 따라 파생되는 법적 쟁점에 대한 사회적 논의와 합의가 필요하다. 위드 코로나 시대를 위해 방역 당국은 기본권의 침해를 최소화하면서도 공공의 안전을 목적으로 하는 검역・방역 조치를 어느 정도까지 강화할 것인지를 고민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