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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고문은 국회미래연구원의 공식적인 견해와 다를 수 있음을 밝힙니다)
[박성준] 스테이블코인의 관리·감독 방안 고민할 때

작성일 : 2022-07-05 작성자 : 통합 관리자

스테이블코인의 관리·감독 방안 고민할 때 글. 박성준 국회미래연구원 부연구위원 2022.07.05



 스테이블코인의 관리·감독 방안 고민할 때




지난 5월, 암호화폐 테라와 루나의 가치가 폭락하면서 시장에 큰 파문이 일었다. 암호화폐의 높은 변동성을 고려하더라도 폭락 전 두 코인(특히 루나)의 규모와 위상을 생각하면 단 1주일 만에 이들의 가치가 사실상 0이 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향후 스테이블코인의 규제와 관련하여 고민할 필요가 있다.

이와 관련하여 먼저 기술적인 부분을 간략히 되짚어보면 다음과 같다. 두 암호화폐 가운데 테라는 1테라가 1달러의 가치를 유지하도록 설계된 이른바 스테이블코인이다. 또한, 실물 준비자산 없이 또 다른 암호화폐인 루나를 통해 1달러의 가치를 유지하도록 설계되었으며, 직접 달러화와 교환되는 것이 아니라 1달러의 가치에 상응하는 루나와 교환된다. 이른바 “알고리즘 스테이블코인”으로, 루나는 테라의 가치를 일정하게 유지하기 위해 고안되었다. 발행사는 테라의 가격이 1달러에서 벗어나면 투자자는 테라를 사서 루나로 교환하거나 루나를 사서 테라로 교환하여 이익을 얻을 수 있고, 이를 통해 테라의 가격은 다시 1달러로 돌아온다고 주장하였다. 또한, 테라를 예치하면 연 20%의 이율을 보장한다는 유인책을 제시하였다.

이러한 방식은 상당수 전문가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한동안 잘 작동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테라의 가치가 정상 범주를 벗어나 하락하고 투자자들의 신뢰를 잃자 발행사가 주장한 가격 안정 메커니즘은 작동하지 않았고, 두 암호화폐의 가치는 폭락하였다.

관련자들에 대한 조사가 진행되는 가운데 유사수신행위의 규제에 관한 법률에 비추어 위법적인 요소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적용이 어렵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유사수신행위는 “다른 법령에 의한 인가·허가를 받지 아니하거나 등록·신고 등을 하지 아니하고 불특정다수인으로부터 자금을 조달하는 것”을 업으로 하는 행위이며, “장래에 출자금의 전액 또는 이를 초과하는 금액을 지급할 것을 약정하고 출자금을 수입하는 행위”가 이에 해당한다. 테라를 예치하는 투자자에게 연 20%의 이율을 지급하는 정책은 동 조항과 유사하지만, 암호화폐를 “출자금”으로 간주하여 해당 법령을 적용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번 사태를 계기로 여야의 여러 의원이 발의한 법률 개정안은 유사수신행위에 암호화폐 관련 조항을 추가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이러한 입법 움직임은 암호화폐와 관련한 현행법의 공백을 메운다는 분명한 의의가 있다. 다만, 스테이블코인과 관련된 근본적인 문제점을 해결하지는 않는 만큼, 향후 이와 관련한 논의와 입법이 필요하다.

스테이블코인은 주로 달러 등 기존의 법정통화와 같은 가치를 유지하도록 설계되지만, 그 가치가 자동으로 유지되지는 않는다. 예를 들어, 이번 사태에서 발행사가 제시한 가격 안정화 알고리즘은 위기 시 작동하지 않았다. 부분적으로 이는 투자자들이 위기 시에도 신뢰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없기 때문이다. 오늘날 예금을 취급하는 금융기관은 예금 일부만 준비금으로 확보하고 있으나 이들 기관은 금융당국의 관리·감독을 받을 뿐만 아니라 예금보험제도라는 부분적인 안전장치가 마련되어 있다. 또한, 금융시장 전체에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중앙은행이 발권력을 동원하여 유동성을 공급하는 최종대부자의 역할을 한다. 따라서 모든 예금자가 한꺼번에 예금을 인출하려 한다면 은행이 이를 지급할 수 없다는 것이 분명함에도 금융시스템은 원활하게 작동한다. 반면, 스테이블코인의 발행사는 금융기관이 아니므로 은행과 같은 관리·감독을 받지 않으며, 코인의 가치가 폭락하더라도 이를 구제받을 방법이 없다. 따라서, 한 번 신뢰가 무너지면 이번과 같은 사태를 피하기 어렵다. 신뢰를 담보할 수 있는 기제가 없다는 점에서 스테이블코인이 그 가치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안전한 자산이라는 인식은 허상에 불과하다.

스테이블코인은 현재 주로 암호화폐 거래에 이용되며 이 외의 거래에 이용되는 사례는 찾기 어렵다. 그러나 주요국 금융당국과 관계자들은 스테이블코인이 경제 내 각종 거래에 폭넓게 사용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으며, 다른 한편으로는 이를 관리·감독할 수 있는 적절한 제도가 없어 이번 사태와 같이 스테이블코인의 가치가 기초자산의 가치와 유리될 경우 금융시장에 가져올 혼란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가 여러 가지 측면에서 스테이블코인보다 우월하므로 이를 상당 부분 대체할 것이라는 전망도 충분히 합리적이지만, 중앙은행 디지털화폐의 도입 시기와 방식에 관해서는 아직 많은 불확실성이 존재한다. 이에 따라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다양한 규제안이 제시되는데, 다음의 두 가지 안에 특히 주목할 필요가 있다.

첫째, 스테이블코인의 발행자가 발행한 코인의 가치보다 크거나 같은 규모의 준비자산을 갖추고 매월 그 내역을 공개하는 방안이다. “Stablecoin Transparency Act”, “Stablecoin TRUST Act of 2022”, “Lummis-Gillibrand Responsible Financial Innovation Act” 등 미 의회에 제안된 여러 법안이 이와 같은 내용을 담고 있다. 특히, 준비자산을 미 달러화, 국채 등 신용이 매우 높고 현금화가 쉬운 이른바 안전자산으로 한정하고 있다. 이 경우, 투자자는 언제나 스테이블코인을 명시된 가치의 현금(달러화)으로 교환할 수 있으므로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신뢰를 확보할 수 있다. 스테이블코인 중 시가총액 기준으로 가장 규모가 큰 테더(Tether)마저도 준비자산 내역을 제대로 공시하지 않거나, 공시된 내역에서 안전자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낮아 비판을 받았던 사례를 고려할 때 이와 같은 규정은 스테이블코인의 안정성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둘째,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할 수 있는 기관을 자격을 갖춘 일부 기관으로 한정하고 당국의 관리·감독을 받도록 하는 것이다. 앞서 언급한 “Stablecoin TRUST Act of 2022”와 “Lummis-Gillibrand Responsible Financial Innovation Act” 등이 이러한 내용을 담고 있으며, 작년 말 발행된 미 정부 부처의 보고서도 이러한 권고를 담고 있다. 발행 자격은 구체적인 법안과 보고서별로 차이가 있으나, 은행과 같은 미국연방예금보험공사(FDIC)의 피보험 금융기관, 당국의 허가를 받은 기관 등으로 제한하고 있다. 또한, 최근 일본에서는 스테이블코인의 발행 주체를 당국의 허가를 받은 금융회사로 한정한 법안이 통과되었다. 이는 스테이블코인을 기존의 제도권 안에 포함함으로써 안정화를 꾀하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암호화폐 관련 제도는 아직 법제화가 미흡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현행 법규는 자금 세탁 방지, 과세와 같은 일부 측면에 국한되어 있고, 투자자 보호나 전반적인 관리·감독과 관련해서는 이렇다 할 규정이 없다. 따라서 암호화폐 가운데 규제의 필요성과 목적이 비교적 명확한 스테이블코인 관리·감독의 법제화는 좋은 출발점이 될 수 있다. 앞서 언급한 법안들도 아직 미 의회를 통과한 것은 아니며 세부 사항과 관련하여 여러 논란이 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우리나라에서도 스테이블코인 관련 규정의 실제 법제화까지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이지만 그래도 충분히 의미 있는 과정이 될 것이다.

국회미래연구원 부연구위원 박성준

박성준

국회미래연구원 부연구위원

연세대학교 경제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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