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래기고   >   미래생각

미래생각

대한민국의 미래를 예측하고 대응전략을 마련하는 미래연구원 연구진의 기고문입니다
(본 기고문은 국회미래연구원의 공식적인 견해와 다를 수 있음을 밝힙니다)
[김태경] 한반도 미래를 위한 합의, 누구와 어떤 의제부터 할 것인가

작성일 : 2023-06-20 작성자 : 통합 관리자

탄소중립 추진을 위해 지금 필요한 일 글. 정훈 국회미래연구원 연구위원 2023.1.31



한반도 미래를 위한 합의, 누구와 어떤 의제부터 할 것인가


2022년 국회미래연구원(미래연)은 <한반도 중장기 미래전략: 한반도 연합적 거버넌스>라는 제하의 연구보고서를 냈다. 미래연 내외 24인의 공동연구진은 15~30년 중장기 시간적 지평에서 한반도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한반도 미래에 대한 전망, 선호에 바탕해 다수의 ‘회피미래’를 예방하면서 ‘선호미래’에 다다르기 위한, 중장기 전략과 단기 우선순위를 구상하는 것을 미래전략 연구로 이해했다.

한반도 연합적 거버넌스 미래전략은 △원내 <대한민국 미래전망 연구>의 30년 시야(2022-2050년)의 한반도 공동번영 미래전망과 함께, 청년세대와의 한반도 미래대화를 통한 미래선호를 반영하고 △양차대전 이후 점진적이고 장기적 통합을 통해 지방-국가-유럽의 다층적 거버넌스를 심화, 확산해온 유럽연합의 다양한 영역별 거버넌스 분석에 바탕해 △안보, 법제도, 경제, SDGs, 보건의료, 복지, 교통, 해양, 접경, 기후위기, 언어, 블록체인의 정책영역별 경로로서 중장기(2022-2037년) 전략과 단기(2022-2027년) 우선순위를 제안했다.

남북한 공동번영에 대한 30년 미래전망 결과는 2050년까지 공동번영 전망이 감소하는 트렌드를 보였고, 탈북청년을 포함한 (남북한) 미래세대의 한반도 미래에 대한 FGI(초점그룹인터뷰)는 통일의 가능성에 대한 극히 부정적 전망과 함께 한반도 내 두 개 정치적 단위 간 일정한 동등성, 두 단위의 자율적 공간 확보, 성장일변도가 아닌 ‘성숙사회’ 방향으로의 한국사회 변화, 남북한 교류의 지속 및 글로벌 규범 하 협력 등을 선호미래로 제시했다.

이러한 한반도에서 가능한 미래의 전망과 청년세대의 선호미래상 사이에 존재하는 격차를 최소화하는, ‘정책미래’를 위해 연구진이 내놓은 15-30년의 중장기 미래전략이 한반도 연합적 거버넌스다.

연구진은 한반도의 미래 구상에서 △갈등, 분쟁이 아닌 평화, 통합을 생각할 수 있는 ‘우리’의 범위를 어떻게 설정할 것인가, 좀 더 가까운, 혹은 좀 더 먼 ‘우리’의 스케일을 생각하면서 △복수의 ‘우리’를 바탕으로 어떤 성격의 공동체 질서를 어떻게 제도화할 것인가를 핵심적인 문제로 고민했다. 2037년 한반도는 남한과 북한 관계, 각각 국내정치와 지방정치, 다양한 정치단체, 시민사회그룹의 역학, 이들이 위치한 동아시아 및 국제환경에서 어떤 경계 설정으로 나아갈 것인가, 그리고 이러한 분리·통합의 경계 설정이 좀 더 동등한, 상호주체적 태도의 질서를 구축할 것인가 혹은 보다 배타적이고 각각의 ‘우리’ 정체성의 중심을 강조하는 관계의 제도화로 귀결할 것인가와 관련해, 다양한 가능미래와 선호미래를 논의했다.

상대적으로 유사한 사회·정치체제를 가진 국가들 사이에 시장 개방, (상품, 서비스, 사람, 자본의) 자유 이동과 같은 경제 영역에서의 진전을 바탕으로 기능주의적 통합이 가능했던, 유럽연합 사례는 경제적 자유뿐 아니라 통화정책, 국내 치안, 사회정책, 대외관계에 이르기까지 장기간에 걸쳐 통합의 확산, 심화를 보였다. 정책영역별로 차별화된 통합의 순서, 속도, 심도를 보인 지역통합(27개 회원국) 사례인 유럽연합 특유의 연합적 거버넌스를 한반도에 직접적으로 적용하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통합 추진, 이행의 전략적 차원에서 중장기 통합 과정의 교훈을 찾는 것은 의미가 있다.

상호의존이 높고 개별 국가적 정체성, 자율성을 크게 침해하지 않는 경제적 영역부터 상위 권위체(하나의 유럽)로 주권을 양도하는 통합을 주도함으로써, 상대적으로 높은 통합 선호, 낮은 정치화 위험을 바탕으로 초국적 정책결정의 범위와 심도를 발전시킨 유럽의 경험으로부터, 한반도의 맥락에서 높은 상호의존, 통합 선호의 수렴, 정치화 부담이 낮은 영역부터 중장기적 통합의 제도화를 추진한다면, 어떤 의제에 대해 어떤 로드맵을 그릴 것인가.

체제의 이질성, 비대칭성이 특징적인 한반도 맥락에서 일차적으로 연구진은 공존, 공영의 전제조건으로서 안보 영역에서 최소한의 상호인정, 한반도 안보딜레마 심화를 관리하는 ‘평화의 제도화’가 필수적이라고 지적했다. 단기미래(2022-2027년) 지평에서 ‘선안후경’(先安後經)의 경로를 한반도 연합적 거버넌스를 위한 조건으로 전제하는 한편, 탈냉전기 남북관계의 다양한 경험을 반추해 언어·문화, 기후변화, 접경 협력을 우선적으로 통합을 진전시킬 수 있는 정책영역으로 강조하고, 안보, 법제도, 경제, SDGs, 교통, 해양, 블록체인 등 영역별 전략과 우선순위를 제공했다.

이러한 정책영역별 접근은 미래 한반도에서 ‘우리’의 관계가 매우 다양한 양태, 방식으로 나타날 수 있음을 상상할 수 있게 한다. 예를 들어 경협, 교통 분야의 진척이 더디더라도 언어·문화, 기후변화 영역에서의 협력, 공동대응이 심화될 수 있으며 접경, SDGs, 보건·복지 협력 등 영역·이슈간 통합을 연계하는 경로를 발전시킬 수 있다. 물론 군사·안보적 긴장이 극대화되어 상호연결을 강화하고 상위 공동체를 상상하는 연합적 거버넌스로 나아가는 경로에 진입하는 것 자체가 당분간 어려울 수도 있다. 그러나 정책영역별 경로를 예비하는 것은 미래의 평화적 관계, 통합의 형태를 결코 단선적인 것이 아니라 다양한 속도와 순서, 심도를 보이는 루트들을 통해 다다르는 과정으로 접근하게 만든다. 즉 정책영역별 접근은 미래의 평화를 어떻게 정의하고 예비할 것인가와 관련한 다양한 가능성을 인정하고 촉발할 수 있다.

동시에 한반도 연합적 거버넌스는 다양한 정책영역만큼 정부간 관계뿐 아니라 지역사회, 역내·국제환경을 포괄하는 다층적 수준을 강조했다. ‘우리’라고 정의하고 그 안의 평화, 통합을 정당화하는 정체성의 기반은 남한·북한과 같은 ‘국가’, 정부 수준부터 ‘민족’, 그보다 훨씬 작은 마을, 시도 수준, 혹은 계급, 세대, 젠더 등 구분이 교차된 사회집단 수준 등 다양할 것이다. 복수의 ‘우리’의 경계가 시공간에 따라 어떻게 변화되고 또한 이러한 우리‘들’의 관계 맺음이 어떤 다양성을 갖는가에 따라 달라지는 연합적 거버넌스는 남·북의 이분법이 아닌 복합적 형태로 한반도에서 관계를 이해할 수 있게 만든다. ‘우리’의 다양한 스케일을 생각하면 여러 크고 작은, 혹은 더 강하고 느슨한 ‘우리’ 내부, ‘우리’ 사이에 평화, 통합의 양태가 다양하고 복합적으로 나타날 수 있다고 예상할 수 있다. 여러 겹의 ‘우리’와 그 관계에 대한 고민은 중장기 미래 한반도의 공영이라는 ‘선호미래’를 위해서 ‘한반도’라는 하나의 단위에 대한 상상이 필요하고 이러한 공동의 단위와 한반도 안팎의 다양한 단위들과 관계설정을 어떻게 제도화할 것인가가 중요하다는 결론으로 이어진다.

마지막으로 모두가 회피하고자 하는 미래(핵전쟁)를 막고 장기적 관점에서 평화구축, 공동번영의 방향성(공동의 목적)을 실현하는 제도적 배열과 정체성 구성을 고안하는 한반도 연합적 거버넌스는, ‘사람들의 공동체’, 시민사회를 포함하는 협의주의적 거버넌스를 강조한다. 미래연의 한반도 미래전략은 국가라는 단일암적 정체를 기준으로 짜는 것이 아니라 한반도라는 공간에서 살아가고, 살겠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전망과 선호를 바탕으로 이들의 합의를 통해 구체적 전략과 우선순위를 갱신해나가는 것이다. 한반도의 미래를 위한 합의, 미래대화를 통해 민주적 정당성을 확보하는 미래전략 구성에서 시민사회의 참여란 본질적 의미를 갖는다.

2023년 한반도 연합적 거버넌스 미래전략 연구는 상대적으로 한국 사회에서 미래전략 담론에서 소외된 소수자들과의 미래대화를 지속하는 한편, 국회가 한반도 미래대화의 공론장으로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와 관련해 다양한 의제와 쟁점, 방법을 고안하고 있다. 15-30년 중장기 관점에서 한반도에서 시민들이 선호하는 미래를 함께 준비하는 미래대화에서 중요한 것은 서로에게 질문을 던지는 것일 것이다. 미래 한반도에서 ‘우리’는 누구라고 생각하는가, 다양한 ‘우리’들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하는 것이 가능하고 바람직할까, 정책영역별로는 어떤 다양한 관계설정이 필요할 것인가, 지방정치, 남북관계, 국제환경 수준의 복합적 층위에서 어떤 관계설정을 구성할 것인가, ‘평화’, ‘통합’과 같은 개념을 어떻게 정의하고 어떤 영역, 수준에서 어떤 기준을 가지고 양보하고 혹은 단호할 것인가, 어떤 의제에 우선순위를 둘 것인가, 특정 영역의 합의는 다른 영역을 어떻게 자극 혹은 방해할 것인가 등에서부터 질문을 시작할 수 있을 것이다.

유네스코 미래문해력(Futures Literacy) 사업을 10년 이상 이끌며 전세계에서 다양한 미래대화 랩을 지속, 발전시켜온 리엘 밀러(Riel Miller) 교수에 따르면, 우리가 집중해야 할 것은 미래가 어디로 갈 것인가 정확히 예측하려는 목표 지향적 접근이 아니라 미래를 예상하고 준비하는 우리의 역량을 강화하는 것이다. 지금 여기에서 힘을 통한 평화보다 중장기적으로 지속가능한 평화를 원한다면, 설령 지루하더라도 시민들 사이에 우직하게 질문을 던지고 다양한 미래의 가능성과 선호에 대해 대화하고 합의를 만들어가는 것을 시작해야 한다. 미래대화의 다양한 장이 동네에서, 전국 시도에서, 국회에서 무성하게 이어질 때 한반도 미래전략은 정당성, 안정성을 바탕으로 우리 사회가 미래를 준비하는 데 기여할 것이다.



국회미래연구원 연구위원 정훈

김태경

국회미래연구원 부연구위원


위 저작물은 공공누리 제 4유형에 해당하며 출처표시 + 비상업적 이용만 가능 + 변경금지 조건에 따라 이용할 수 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저작권 정책을 확인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