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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생각

대한민국의 미래를 예측하고 대응전략을 마련하는 미래연구원 연구진의 기고문입니다
(본 기고문은 국회미래연구원의 공식적인 견해와 다를 수 있음을 밝힙니다)
[유희수] 미래기술①: 메타물질(Metamaterials)

작성일 : 2024-03-18 작성자 : 통합 관리자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소설이자 영화로 제작되어 선풍적인 인기를 모았던 <해리포터> 시리즈에는 온갖 신기한 마법 도구들이 등장한다. 하늘을 나는 빗자루와 과거로 시간을 되돌리는 목걸이, 그리고 소망하는 것을 보여주는 거울까지 현실 세계에서는 존재하지 않는 아이템들이다. 이 마법 도구들 중 투명망토(invisibility cloak)는 사람이 두르거나 물건을 덮으면 투명하게 가려주는 물건이다. 영화 <해리포터>에서 주인공 해리가 투명망토를 두르고 머리만 동동 떠다니는 장면이 나오는데, 그리 멀지 않은 미래에 우리가 실제로 이 신비의 물건을 경험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이른바 메타물질(Metamaterials)이 개발되면서 그 가능성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

메타물질은 그리스어로 초월을 뜻하는 메타(Meta)와 물질(materials)의 합성어로, 자연계에서는 발견되지 않는 특성을 가지도록 인위적으로 설계된 물질을 뜻하며 한자로는 초재료(超材料)라 불린다. 자연에 존재하는 수많은 물질들은 빛을 산란(scattering)시키거나 반사 또는 흡수하지만, 메타물질은 빛을 정상적으로 반사하지 않고 특정 방향으로 흘려보낸다. 인간이 사물을 인식하는 원리는 빛이 사물에 반사된 뒤 그 빛이 눈의 망막에 맺히고 세포들이 빛의 파장을 감지하는 데에 따른다. 그런데 메타물질로 만든 투명망토를 사람이 두르면 빛이 망토의 표면을 타고 넘어가 뒤쪽에 있는 사물에 반사되고, 다시 그 빛이 망토의 표면을 지나 사람의 눈에 들어온다. 결국 우리 눈은 투명망토를 두른 사람이 아닌 그 뒤에 위치한 사물을 인식하게 되므로 투명 효과가 나타난다.

빛은 서로 다른 물질을 이동할 때 그 경계면에서 꺾이는 성질을 가지고 있다. 이는 빛이 물질마다 통과할 때의 이동속도가 각각 다르기 때문인데, 이 꺾이는 정도를 상대적으로 나타낸 것이 굴절률(refractive index)이다. 예를 들어 공기가 1의 굴절률을 가지고 있고, 물이 1.3 정도의 굴절률을 가지고 있으므로 물체의 일부가 물에 잠기면 수면을 기준으로 그 형태가 꺾여 보이게 된다. 메타물질이 빛을 특정 방향으로 흘려보내는 특성을 보이는 이유는 자연계에 존재하는 양(+)의 굴절률과는 완전히 반대되는 음의 굴절률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 이와 같은 음의 굴절률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이는 빛의 파장보다도 작은 나노(nano) 단위 크기의 입자로 원자를 구성하고, 빛의 파동을 제어할 수 있도록 이 원자들을 주기적으로 배열하는 것으로 구현된다. 따라서 엄밀히 말하면 자연계에 없는 새로운 재료를 합성하는 것이 아닌, 빛의 파동을 원하는 대로 제어하는 인공 구조를 설계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메타물질의 핵심 기술 중 하나인 나노기술을 나타내는 나노는 10억 분의 1을 의미하는 접두어이다. 1나노미터(nm)는 성인 머리카락 굵기의 약 8만 분의 1에 해당하는 길이이고, 지구의 크기를 1미터(m)라고 가정할 경우 축구공 하나가 나노미터 크기가 될 정도로 나노는 아주 작은 단위이다. 이렇게 아주 작은 물질세계를 다루는 나노기술은 이미 오래전부터 실제 활용되어 왔다. 대영박물관에 전시된 리쿠르고스 컵(Lycurgus Cup)이 바로 그 예이다. 4세기 고대 로마 시기에 제작된 이 컵은 빛을 외부에서 비추면 녹색으로, 내부에서 비추면 붉은색으로 보이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리쿠르고스 컵은 나노 크기의 콜로이드 금 입자와 은 입자가 3:7로 섞인 합금을 포함하고 있는데, 이 컵이 금색 또는 은색이 아닌 녹색과 붉은색을 띠는 이유는 물질이 나노 크기로 작아지면 이전과는 다른 성질을 지니기 때문이다. 금은 노란빛의 반짝이는 물질이지만 나노 크기에서는 붉은색을 띠고, 은은 녹색을 띤다. 따라서 빛의 방향과 각도에 따라 나노 크기의 금과 은 전자가 진동하며 다른 색을 나타내는 것이다. 고대 로마인들은 물질을 매우 작게 연마하는 기술과 함께, 메타물질 구조를 설계하듯 유리 용액에 특정 비율의 입자들을 혼합하는 나노기술을 가지고 있었다.

현대에 이르러 메타물질은 빛뿐만 아니라 전자기파와 음파, 진동, 지진파 등 역학파도 제어할 수 있게 되면서, 6G 통신 안테나, 사물인터넷(IoT), 모빌리티 센터, 소음 차단은 물론 국방 분야의 스텔스 기술 등에 폭넓은 적용이 가능하게 되었다. 이렇듯 메타물질은 2007년 MIT가 선정한 10대 유망기술에 포함된 바 있고, 2018년에는 세계경제포럼(World Economic Forum, WEF)의 10대 신기술에 선정되기도 했다. 또한 인터넷을 개발한 미국 국방성 산하 고등연구계획국(Defense Advanced Research Projects Agency, DARPA)은 인터넷 만큼이나 미래 인류에 변혁을 가져올 네 가지 기술 중 하나로 메타물질을 지목했다.

시장조사업체들도 앞다퉈 장미빛 전망치를 제시하고 있다. Future Markets은 메타물질 시장이 역학파부터 통신, 항공·방산 등 메타물질 전 분야에 걸쳐 꾸준한 상승세를 유지하며, 2017년 $225.5M에서 2031년 $9,415M로 15년간 연평균 30.6%의 성장을 예측했다. 또한 IDTech Ex의 보고서에 따르면 전자기 메타물질 시장은 2022년 $0.58B에서 2042년 $19B로 21년간 연평균 19% 성장할 것으로 분석되었고, 같은 기간 항공우주-국방-보안 분야는 $0.51B에서 $3.6B로, 민간 통신 분야는 $0.02B에서 $7.1B로, 그리고 자동차-로봇 분야는 $0.05B에서 $8.3B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었다.


이처럼 미래기술 중 하나인 메타물질의 개발이 가속화될수록 영화 속 투명망토를 실제로 둘러볼 날이 우리 앞에 성큼 다가올 것으로 기대된다.


유희수

국회미래연구원 연구지원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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