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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생각

대한민국의 미래를 예측하고 대응전략을 마련하는 미래연구원 연구진의 기고문입니다
(본 기고문은 국회미래연구원의 공식적인 견해와 다를 수 있음을 밝힙니다)
[이선화] 다가온 축소사회 위기, 새로운 공간정책이 필요하다

작성일 : 2024-04-22 작성자 : 통합 관리자



우리나라는 이미 2021년부터 인구가 줄어드는 축소사회에 진입하였다. 생산가능인구(15~64세) 역시 2019년을 정점으로 내리막길에 접어들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50년 한국의 총인구는 약 4,700만 명으로 지금보다 400만 명가량 줄어들고, 생산가능인구는 3,600만 명에서 2,400만 명으로 1,200만 명 가까이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전체 인구가 100명에서 92명으로, 일할 수 있는 인구는 인구 100명당 70명에서 51명으로 줄어드는 셈이다. 특히 지역별 인구 감소율은 부산, 대구, 울산이 22~23%에 달하며 서울 또한 15%에 달할 것으로 예측되었다. 혹자는 우리나라의 높은 인구밀도를 근거로, 또는 지구의 부양 능력 한계라는 생태적 관점에서 인구 감소의 긍정적 측면을 제시하기도 한다. 문제는 국가를 지탱하는 사회경제시스템과 사회적 인프라가 인구의 변화 속도를 따라잡기 어려우며 이로 인한 불균형이 삶의 질을 현저하게 저하시킬 수 있다는 데 있다.

축소사회가 야기할 불균형은 우리의 삶을 어떻게 바꾸게 될 것인가. 영유아 보육 및 교육 인프라의 사례를 보자. 육아정책연구소는 저출생의 여파로 어린이집·유치원의 수가 2022년 3만 9천여 개에서 2028년 2만 7천여 개로 감소할 것이라는 연구 결과를 제시하였다. 6년 동안에만 전국적으로 약 31%의 시설이 사라지게 되는 것이다. 지역별 감소율은 부산 39%, 서울과 대구 37%, 인천과 울산 34%의 순으로 대도시 권역에서 시설의 감소율이 더 높을 것으로 전망되었다. 이는 차량을 통한 이동 임계치인 6km 이내에서 어린이집·유치원을 이용하기 어려워지며 결국 영유아 대상 사회서비스 이용을 위한 시간적·금전적 비용이 커지게 됨을 의미한다. 물적 인프라 역시 마찬가지이다. 우리나라의 도로 총길이는 11만4천 km로 인구와 경제의 성장에 따라 지속적으로 증가하였다. 그러나 총인구가 감소하고 고령인구가 증가하면 도로의 이용률은 낮아지며 경제성을 이유로 유지·관리가 어려워지는 도로의 비중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주민의 사회적 인프라 이용이 제한되거나 비용이 높아지는 현상은 수도권으로의 생산인구 유출과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된 인구 감소 지역에서 새로운 일이 아니다. 다만 경제성장에 따라 국가 예산 규모가 크게 증가하던 지난 25년간은 지방교부금이나 균형발전기금 등 국가재정을 이용한 보조와 지원이 비교적 용이하였다. 앞으로는 특광역시에서도 축소사회화가 본격화됨에 따라 각종 사회기반시설의 공간적 희소성과 비용 상승의 문제는 대도시 권역으로도 확산될 전망이다. 더욱이 경제성장률 저하로 인해 국가 예산의 확대에도 한계가 있기 때문에 재정 투입을 통한 문제 해결도 쉽지 않아 보인다.

인구 위기 문제를 총괄하는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저고위)는 이에 대해 어떠한 해법을 제안하고 있을까. 축소사회에 대응한 적응의 문제는 경제활동인구 확충·고령사회 대비·저출산 대응을 포함하여 저고위가 제시한 인구 위기 대응 4대 분야 중 하나로 중요하게 다루어지고 있다. 저고위의 축소사회 대응 과제는 크게 연령 집단별 인적 자원 불균형 해소, 지역지원 정책, 고령자를 위한 미래산업 육성으로 구성된다. 이 중 공간정책이라 할 수 있는 지역지원의 경우 제안된 정책의 대부분이 기존의 균형발전 정책이나 낙후 지역 지원 정책을 되풀이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어 인구감소 지역 이전기업에 조세특례를 부여하거나 은퇴자 귀향타운 조성, 지방분권 및 균형발전 제도 통합과 같은 방안은 수도권 집중 해소를 위한 과거의 지역발전정책과 별다른 차별점이 없어 보인다. 축소사회 대응은 세종시를 제외한 전국 대부분 지역에서 진행되고 있는 인구 감소와 고령화에 적응하자는 것이 요체이다. 따라서 지역 간 불균형 문제를 다루고 있는 기존의 공간정책과는 완전히 다른 차원에서 접근되어야 할 것이다.

저고위 정책 가운데 축소사회 대응 과제로 눈여겨볼 만한 것은 ‘국토·도시·지역 정책 단위 재설계’ 안이다. 이는 사회서비스와 인프라 배치에 있어 인구 규모와 경제활동을 반영하겠다는 것으로 축소사회 대응을 위한 밑그림의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단위 재설계’ 사업은 결국 도시나 행정조직의 기능과 권한, 범위를 재구조화하는 새로운 공간정책을 구상하는 작업이 될 것이다. 따라서 다양한 과제의 하나로 병렬적으로 제시하기보다는 상위 전략과제로 설정하여 우선적으로 추진한 후 그 밑그림에 따라 세부과제를 도출하는 것이 적절할 것이다.

이선화

국회미래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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