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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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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학, 미래경영 표지

미래학, 미래경영
  • 저자 : 이주헌
  • 출판사 : 청람
  • 발간일 : 2018

미래학, 미래경영



서평자 박성원





  인간은 다른 동물과 달리 과거, 현재, 미래 등으로 시제를 구분해서 산다. 과거는 지나간 일, 현재는 지금, 미래는 앞으로 일어날 일 등으로 인식한다. 만약 시제가 없다면? 우선 소통에 심각한 문제가 생긴다. 이미 일어난 일을 말하는 것인지, 아직 일어나지 않은 것을 말하는 것인지 모호하면 지금 무엇을 해야 할지 정할 수 없다. 이런 점에서 과거와 미래는 현재를 위해 인간이 만들어낸 개념적 시공간인지도 모른다. 과거를 통해 현재의 연원을 이해하고, 미래를 통해 현재의 방향을 정할 수 있다. 그렇다면 과거도 알아야 하고 미래도 알아야 한다. 그러나 과거는 역사를 통해 배우지만, 미래는 어디서도 배우지 못한다. 왜 미래는 가르치지 않는 것일까.


  미래라는 말은 근대사회가 적극적으로 유포한 개념이다. 근대사회 전에 인간에게 미래는 현재의 연장이었고, 마치 사계절의 변화처럼 기다리면 자연스럽게 다가오는 것이었다. 미래는 창조되는 것이라거나 예측해서 준비한다는 등의 인식은 과거 사람들의 머릿속에는 자리 잡기 힘들었을 것이다. 그러나 근대 이후 과학기술의 급진적인 발전, 사회과학의 발달 등으로 미래는 기다리면 오는 현재의 연장도 아니고, 미래는 신의 영역이어서 창조할 수 없다는 것도 점차 부정되고 있다. 과거가 사실의 영역이라면 미래는 창조의 영역이라는 점이 부각되면서 역사 공부뿐 아니라 미래 공부도 필요하다는 인식은 점차 확산되고 있다.


  그럼에도 우리사회에 미래연구에 대한 전문서적이나 학생들이 공부할만한 참고서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이런 때에 600쪽이 넘는 두툼한 미래학 서적이 나온 것은 매우 환영할만하다. 저자는 한국외국어대학교 경영대학 이주헌 교수다. 경영대 교수가 무슨 미래학 서적을 출간했나 싶지만, 이주헌은 이미 1970년대 미국에서 다양한 예측모델을 만들고 실험한 경험이 있으며, 2000년대 초반 정보통신정책연구원 원장 시절 국내 처음으로 메가 트렌드 연구를 시작한 이력이 있다. 메가 트렌드는 사회와 문명의 커다란 흐름을 예측하는 연구로서 당시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은 접속사회로의 전환, 개인중심의 기술, 자발적 참여의 증가, 양극화의 가속화, 창조적 파괴, 디지털경제 패러다임의 등장, 경계의 소멸 등 굵직한 의제를 던져 사회적으로 많은 주목을 받았다.


  이 책이 주목되는 이유는 이제 막 대학에 입학한 학생들에게 미래를 연구한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미래는 어떻게 예측하는 것인지, 미래예측으로 어떤 사회적 변화를 도모할 수 있는지 등을 상세하고 친절하게 설명하고 있어서다. 우리는 흔히 청년들에게 미래의 주역이라고 말은 하지만 미래의 주역이 되려면 무엇을 공부하고 준비해야 하는지 알려주는 책은 부족하다. 이주헌의 미래학, 미래경영은 각 챕터 별로 주요 내용을 일러주고 숙제까지 제공해 학생들이 그룹을 지어 스스로 공부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다.


  이 책에는 한 가지 흥미로운 에피소드가 나온다. 이주헌이 1970년대 중반 미국의 버지니아 공대 산업공학과에서 석사과정을 밟을 때 일이다. 그의 지도교수는 예측이론을 가르쳤는데 주식시장의 예측에 관심이 많았다. 그 교수는 제자들과 함께 예측이론을 토대로 주가예측 모형들을 만들고 실험했는데, 이주헌도 이 연구에 참여하게 되었다. 그러나 이 연구는 주가예측 모델을 만들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르렀고, 이 연구로 석사 학위를 받으려 했던 이주헌은 논문 주제를 바꿔야 했다. 이 때문에 한 학기 늦게 석사를 마쳐야 했다. 이 사건을 계기로 이주헌은 수학적 예측이론을 신뢰하지 않게 되었고, 심지어 예측이라는 단어를 들을 때마다 거부감도 들었다고도 고백한다. 그러나 미래는 정확하게 예측하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현재의 문제를 풀어낼 대안적 미래를 만드는 것임을 깨닫고부터 과거의 트라우마에서 벗어났다고 털어놓는다. 그에게 미래는 명사형 future가 아니라 동사형 futuring이며, 미래예측을 바탕으로 바람직한 미래를 실현하기 위한 오늘의 행동이 중요함을 강조하고 있다.